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일명 문재인 케어가 수많은 잡음과 논란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질주하고 있다.
이미 MRI와 초음파는 사실상 대부분 급여권에 들어섰고 이로 인해 검사 폭증으로 인한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그 속도를 줄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24시간 MRI를 돌려도 4~5개월씩 대기가 걸린지 오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대다수가 급격한 급여화로 실제 시급한 영상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야할 방향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고가의 검사비로 인해 MRI 촬영을 미뤄왔던 환자들이 몰리는 것일뿐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RI 검사 폭증으로 인한 재정 문제도 이미 도마위에 올랐다. 의료관리학자들은 척추와 근골격계까지 급여화가 된다면 수년 이내에 MRI 검사비만 6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수조원에 달하는 MRI 검사비가 도마위에 올라있을때 일각에서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한창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환자들과 의료진들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CRPS 질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단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죽을만큼 고통스럽지만 당장 생사와 관련되지 못한다는 이유다.
그만큼 이들의 상황은 환자도, 의료진도 열악하다. 대한통증학회가 CRPS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건강보험을 포함해 국가 지원을 받는 비율이 9%에 불과했다.
삭감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평균 삭감율은 3%에 불과하지만 CRPS에 대한 삭감은 10%가 넘는다. 의료진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손을 대는 만큼 손해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늘 같은 답변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순위에 대한 부분이다.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다보니 중증, 응급질환부터 차례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공식 답변이다.
하지만 지금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이러한 답변이 무색하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 허리통증에도 MRI 검사비를 지원한다는 현실에서 우선 순위에 대한 답변은 궁색하다.
MRI 하나로만 수조원대 예산을 쏟아붇고 있는 가운데 온몸이 부서질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이는 비단 CRPS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수많은 희귀질환 환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 질주는 한번이라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정부가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적으로 외쳐왔던 우선 순위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어느 것이 우선인지는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그 얘기를 듣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