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관련 감사 내용 공개 식약처 기준 개정으로 검증 미비 제품 난립
임상적 유효성 등에 대한 검증없이 의료식품이 특정 질환명을 표시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의료식품이 섭취 능력이 제한된 환자에게 제공될 때 되레 영양불량으로 인한 질병의 이환율 및 사망률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감사원은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관련 제보와 관련한 감사 내용을 공개했다.
의료식품은 섭취, 소화, 흡수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또는 질병이나 임상적 상태로 인해 특별히 다른 영양 요구량을 가진 사람의 식사를 대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식품을 뜻한다.
특히 의료식품은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 식품과 취급 및 관리를 달리해야 하고 의료식품 특성상 안전성과 영양기능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에 독성 시험 등 안전성 관련 시험이 요구되지 않는다.
문제는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거나 부족한 의료식품이 병원에서 사용될 경우 영양불량으로 인해 질병의 이환율 및 사망률이 증가하고, 재원일수 상승 및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감사원은 "식약처는 다양한 의료식품이 유통될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 2016년 12월 특정질환과 관련된 의료식품의 식품규격기준을 개정했다"며 "이에 당뇨환자용 식품 등 6개 유형의 의료식품을 질환 등의 구분 없이 환자용 식품으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기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정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의사 등과 상의해 환자맞춤형으로 제조·가공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됐다"며 "의료식품 제조 업자가 업체 자율로 의사 등과 상의하기만 하면 임상적 유효성 충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없이 기존 및 신규 의료식품을 제조·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의료식품은 환자 등 영양취약계층의 식사를 대신할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제조·가공기준이 더 엄격하게 임상적 효용성 등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식약처의 기준 개정으로 제품들 사이의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
감사원은 "기존 의료식품 유형에 없던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의 경우 그 질환이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필요로 하는 질환인지 여부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어떠한 검증 절차도 없고 업체도 자율 판단으로 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실례로 한독약품은 새로운 유형의 치매개선 의료식품을 출시해 환자의 영양공급을 위한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표시·광고하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FDA는 해당 질환은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미국내에서 해당 질환자를 위한 의료식품(Medical Food)으로 시판되고 있던 품목에 경고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감사원 지적에 식약처는 일부 제조·가공 기준 제시가 가능한 질환에 대해서는 제조·가공 기준을 추가하겠다는 계획.
또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을 제조하고자 하는 경우 의료전문가 또는 임상 영양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 등을 통해 질환별 영양요구에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조·가공 및 관련질환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보완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