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을 10개에서 11개로 세분화한 것을 시작으로 병원계는 벌써부터 치열한 상급병원 지정을 위한 눈치싸움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발표한 제4주기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변경안의 핵심은 과거 경남권을 동부권과 서부권 둘로 쪼갠 것. 이를 둘러싸고 병원계가 들썩이고 있다.
경남동부권으로 묶인 부산시와 울산시 이외에도 양산시, 거제시, 김해시, 밀양시 등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고신대복음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이미 5개 병원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울산대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이 진입을 노리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앞서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세분화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울산대병원 고위관계자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경남동부권에 부산시와 울산시를 동시에 엮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부산과 울산은 생활권역이 서로 다른데 왜 이를 묶어야 하느냐"며 "정부가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역 A상급종합병원장은 "이미 동부권에만 5개가 지정돼 있는 상황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진료권역 세분화로 경쟁이 낮을 것으로 경남 서부권은 수혜 지역이 될 전망이다. 경상대병원 이외 삼성창원병원도 무난한 입성이 예상된다.
경남권 세분화에 바짝 긴장하는 지역은 서울권역. 경남권 세분화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추가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서울권 후순위 병원들은 자칫 탈락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권 중앙대병원 고위관계자는 울산대병원을 지칭하며 "경남권 특정 병원이 상종 지정을 강하게 요구하니 결국 반영해준 것 아니냐"라며 "결국 서울권역에서 한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서울권역은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고도 탈락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대목동병원 한 관계자 또한 "경남권역을 세분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울권에서 탈락하는 병원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울산대병원을 위한 기준"이라고 봤다.
아직 정부가 소요병상수를 산출하지 않는 상태로 상급종합병원 수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병원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권역은 발표했지만 아직 소요병상수 산출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이와 함께 의견조회 기간에 의료계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