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채혈만으로 제대혈과 유사한 본인 줄기세포를 얻어서 역분화-만능줄기세포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 김효수·양한모 교수팀은 심장내막이 기원인 상위 줄기세포(CiMS; Circulating Multipotent Stem cell)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 '바이오소재(Biomaterials, IF; 10.4)에 게재됐다.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피부조직을 뜯어서 배양하거나 바늘을 골수에 찔러서 줄기세포를 흡입했지만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말초혈액 배양 중 줄기세포를 발견, 12년 간의 연구 끝에 말초혈액 10cc만으로 줄기세포 배양과 추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혈액 내 존재하는 줄기세포는 모두 골수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새로 발견한 줄기세포가 다른 장기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간, 신장, 골수, 심장 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심장이식 환자에서만 이식 전에는 본인의 줄기세포를 배양했지만 이식 후에는 심장 공여자 유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간과 신장, 골수를 이식한 환자들은 이식 전과 후 모두 환자 자신의 유전자형을 가진 CiMS만 존재했다. 연구진은 심장내막에 붙어 존재하던 CiMS가 떨어지면서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고 손상받은 조직에 안착해 분화하면서 재생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CiMS 줄기세포는 신경, 간, 근육 등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다. 특히 피부 모세모를 이용해 역분화-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르다.
연구팀은 이 역분화-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심근세포, 혈관평활근세포, 혈관내피세포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시켜 증식시켰다. 동물실험 결과 탁월한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12년 전부터 말초혈액에서 배양된 CiMS 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제대혈처럼 질소탱크에 보관했다. 최근 이 동결세포들을 해동해 배양해 본 결과 건강하게 증식했다고 전했다.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는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 간단하게 말초혈액 10cc만 채취해 CiMS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제대혈처럼 무제한 동결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해동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출생 시 신생아에게 채취한 제대혈을 10-15년 동안 보관해 본인이 쓸 수 있었으나 이제는 성인에서도 CiMS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대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제대혈은행과 마찬가지로 성인도 CiMS은행을 구축해 미래의 질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용화를 위해 법규제 완화와 바이오벤쳐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서울대병원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의 바이오치료-유니트에서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