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처분 취소 요구한 의사 요구 모두 기각 "집행유예, 경합범도 취소 사유…재량권 위반 아니다"
담배와 숙식 제공 등을 미끼로 노숙인을 유인해 자신의 병원에 유인한 병원장에게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원장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인데다 경합범인 만큼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맞섰지만 1심은 물론 2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유인 행위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병원장 A씨가 처분의 부당함을 물어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취소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장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10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A원장이 병원 수익을 위해 노숙인들을 유인해 입원 시킨 사실이 밝혀지며 일어났다.
당시 A원장은 알콜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 보호사로 채용돼 환자 유인을 하고 있던 B씨를 행정실장으로 채용한 것은 물론 노숙생활을 하고 있던 C씨, D씨 등을 보호사로 채용해 노숙인들을 병원으로 유인해 올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접근해 일주일에 담배 3갑을 주고 숙식을 해결해 주겠다고 설득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로 인해 A원장은 형사재판에 넘겨져 대법원까지 이르는 소송전 끝에 지역 10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형사 처벌을 이유로 의사 면허 자격 취소 처분을 내린 것. 하지만 A원장은 이 처분이 과도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집행 유예 선고를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의사 면허와 무관한 법률 위반이 병합돼 하나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까지 의사 면허 박탈 사유로 삼는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집행유예도 형의 일부이며 경합법이라고 해도 예외 규정이 없는 이상 면허 취소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법 8조에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면허 취소 요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만을 요구할 뿐 장단기나 별도의 기준을 규정하지 않은 점을 생각해보면 경합법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A원장은 자신이 경영자로서 범죄에 연루된 것일뿐 의사로서의 범죄가 아닌 만큼 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 소송이 형사 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나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을 유력한 증거가 된다"며 "행정 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가 형사 재판의 사실 관계를 뒤짚지 못하는 이상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범죄 사실에 의하면 A원장이 직원에게 환자 유인행위를 지시하며 의료법 위반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운영자로서 의무 위반 행위 뿐 아니라 의료인 자체로 범법 행위를 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요구를 기각한 1신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