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브리병 치료제(레프라갈 주)의 급여기준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학계의 요구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있어야 가능했던 급여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소견이 있어도 가능한 것으로 완화됐지만 해외와 달리 여전히 경구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이유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신장학회 산하 파브리연구회는 파브리병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착수, 조만간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알파 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라는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파브리병은 보통 손발의 통증을 시작으로 '신장, 심장, 뇌'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파브리병 치료제의 급여 기준이 엄격해 질환이 장기에 영향을 미친 이후에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보건복지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이를 완화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의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있어야지 급여가 가능했지만 고시 개정을 통해 '임상적으로 유의'할 경우 처방이 가능하도록 완화시킨 것.
문제는 여전히 경구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효소대체요법으로의 주사 요법을 12개월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3월에는 주사 방식의 치료제와 달리 경구형의 새로운 치료제 갈라폴드가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갈라폴드는 순응 변이가 확인된 16세 이상의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2주마다 주사를 맞아야 했던 환자들에게 경구형 약제는 좋은 대안"이라며 "순응변이가 확인된 환자인데도 무조건 주사제 치료를 1년간 유지한 후에야 갈라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고시 개정에선 투여 대상 및 평가 방법이 바뀌었을 뿐 기존의 주사제 12개월 유지 조항은 남아있다.
독일의 경우 1차 또는 2차 약제의 별도 구분없이 순응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바로 갈라폴드를 쓸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역시 갈라폴드가 1차 약제라는 점에서 급여 기준 완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의료계 측 반응.
고려대 구로병원 신장내과 권영주 교수는 "해외 사례 등을 볼 때 경구제 사용이 가능한 환자라면 치료 시작 시점에서부터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에 파브리병 1차 치료제로 경구제를 제시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가 진료 가이드라인으로 갈라폴드를 지원사격하면서 추가 급여 기준 완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학회에서 경구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당연히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급여 기준 개선이 적절한 지 여부에 대해 회의 및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