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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비의사가 그리는 '의사과학자' 청사진은?

정은별
발행날짜: 2020-02-01 05:45:56

의사과학자 만드는 4가지 동력? 관심, 유인책, 진로, 인프라
"타 전공에서도 능력 발휘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 필요"

|메디칼타임즈=정은별 학생인턴기자| 의사가 아닌 공학도는 의사 출신 과학자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양성 제도 자체도 빈약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고려대 의공학과 김법민 교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의대생들이 과학에 대해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있다"며 "의학 외 타 전공에 대해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31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주제로 제6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열었다.

고대 의공학과 김법민 교수는 바이오헬스산업에서의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법민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 중에서도 의료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원천기술이 제품화가 되기까지 과정에서 중개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원천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바이오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소위 비의사(MD) 바이오헬스 산업계 종사자다.

그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광공학 의료기기를 예시로 설명하며 "해당 의료기기의 원천기술은 이미 100년 전에 발견된 기존 기술"이라며 "기존 기술을 의사과학자가 임상의 관점에서 의학, 생물학에 적용할 수 있는 중개연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의대생의 역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바이오의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과학에 대해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이 의학 외 타 전공에 대해서도 배움으로써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과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수강하는 다양한 분야의 교양 프로그램이 의대 교육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경영학적 태도, 과학 및 공학적 태도, 사회적 책무 등의 마음가짐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는 국내외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의사과학자 양성 일부 성공사례"

의사 출신의 기초의학 교수인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생화학교실)는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거 기초의학 교수진의 대다수가 MD 출신이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기초의학 연구자의 길을 이제는 의사가 가는 길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 스탠포드 의대 학생의 약 75%가 연구를 제대로 해 보기 위해 1년 이상 휴학 한다"며 "휴학 없이 곧바로 의대를 졸업하는 게 우리나라 대다수 의대생의 목표인 것과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아예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좋은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은 2006년부터 의과학대학원 입학생을 받았고 임상의를 대상으로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박사학위(1년)+전문연구요원(3년)의 과정으로 매년 20명을 선발하는데 약 2: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성공 요인으로 병역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제도 실시를 통한 많은 남자 지원자 확보, 투명한 공개 선발 제도를 꼽았다.

그러면서 의사과학자를 만드는 동력으로 ▲연구에 대한 관심 ▲경제적 요인 등 단기적 혜택인 유인책 ▲안정된 진로가 보장되는 장기적 혜택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 등 네 가지를 들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은 충분하다"면서도 "경제적 혜택, 진로의 안정성,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 및 제도의 부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결 위해 의대생 연구 지원 프로그램,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 신진의사과학자 연구 정착 지원 프로그램의 3가지 선택지가 있고 작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진의사과학자 연구 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의사과학자 육성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성공적인 선례를 통해 보다 많은 의사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