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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안한 외상의들..."입원전담의가 부럽다"

이창진
발행날짜: 2020-02-03 05:45:59

"당직비 지원 개편안은 본봉 줄이는 조삼모사 전략"
외상외과 사실상 말로만 교수...미래 불안 가중 우려

2020년부터 외상센터 의사들의 당직비 지원 예산이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의료현장은 허탈감과 한숨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2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경제부처와 협의를 토대로 권역외상센터 의사 당직비 예산을 2019년 31억 9400만원에서 2020년 61억 2000만원으로 92% 대폭 증액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외상센터 의사의 온콜과 당직을 포함한 밤샘 근무에 대한 횟수별 당직비용이 지급된다. 외상센터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평일 30만원, 주말 50만원.

복지부는 올해부터 외상센터 의사들의 당직비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그동안 외상외과 의사들은 당직 횟수와 관계없이 동일한 병원 급여를 받았다.

밤샘 근무 횟수만큼 당직비가 나오는 지극히 상식적인 개선방안이나 외상 의사들 표정은 밝지 않다.

작년 12월부터 복지부가 외상의사 당직비를 개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상센터 병원들은 외상의사 급여체계를 새롭게 마련했다.

예를 들어, 한 달 급여가 1억 4000만원(세전 액수)인 외상의사 급여체계를 본봉 9000만원으로 대폭 줄이고 당직비를 별도 지급으로 했다.

쉽게 말해, 전년도 급여 이상을 받고 싶으면 당직과 온콜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외상외과 의사들은 예상했다는 듯 쓴 웃음을 지었다.

권역외상센터 대부분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동일한 위치에 동일한 출입문까지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복지부가 당직비 지원을 늘린다고, 병원들이 그대로 적용하겠느냐는 것이다.

병원별 차이는 있지만 외상의사들 본봉 인하는 당직 횟수를 감안해 통상적인 1억 4000만원 전후 기존 급여액을 유지하겠다는 경영진의 숫자놀이라는 지적이다.

A 대학병원 외상센터 의사는 "복지부 당직비 지원 예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은 작년 하반기부터 들렸다. 병원들이 외상의사들 급여체계를 수정해 본봉을 낮추면서 당직 근무를 많이 하더라고 기존 급여에서 큰 차이가 없도록 했다"면서 "병원은 복지부 당직비 지원 예산을 활용하고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외사의사들 입장에서는 결국 조삼모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외상센터 내부 문제점 중 의사 급여는 일부에 불과하다.

가장 큰 부분은 외상외과 의사들의 신분 보장이다.

2014년 목포한국병원 등 3개소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14개소가 운영 중이며, 3개 외상센터는 개소 준비 중이다.

외상외과 의사들은 이국종 교수 녹취록 사태와 센터장 사표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이국종 교수 대화 모습.
대학병원 중심의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외상외과 전문의들 대부분 교수로 불리고 있으나 병원 직책은 '임상교수'와 '진료교수' 등 정식 교원이 아닌 병원장 발령 연봉 계약 봉직의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국립대병원 외과센터 외상외과 전문의 4명이 정식 교수로 발령됐다.

복지부는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외상센터 의사들의 신분 확보에 노력한다는 입장이나,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교수 정원 확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40대인 B 대학병원 외상센터 의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온 나라가 정신없는 상태에서 외상센터 환자 수요는 큰 변화가 없다. 모든 외상센터가 아주대병원만큼 환자들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 모두 24시간 365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기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면서 "문제는 한 달 10회 이상 당직으로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외상센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외상외과 정체성이다.

복지부와 의학회에서 세부전문의로 인정받은 외상외과 구조는 특이하다.

외상외과 정체성과 미래 신분 보장 등 외상센터 의사들의 불안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외과와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자격 대상이다.

외상센터 의사들 모두 외상외과 전문의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모체인 전문과와 전문과 학회가 다른 용병부대인 셈이다.

C 대학병원 외상센터 의사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녹취록 파문에 이어 외상센터장 사표까지 뉴스가 되는 상황이 씁쓸하다. 외상센터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인정하나 내부 문제를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부분에는 의문이 든다"며 "전국 외상센터 의료진과 환자 현황이 아주대병원과 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까지 겹쳐 오히려 병원 내 눈치를 더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장과 소속 진료과장, 응급센터 눈치를 보면서 24시간 365일 대기하는 많은 외상의들의 미래 신분조차 불확실하다"면서 "외상외과 의사들은 이국종 교수보다 올해 진료과 별도 트랙인 본 사업을 앞둔 입원전담의사들이 더 부럽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