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의료원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병원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 당시 이국종 교수가 아주의료원을 향해 돌직구 발언을 한 것이 주목을 받은 터라 욕설이 담긴 녹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메디칼타임즈가 만난 아주대병원 의료진들은 의료원장의 욕설 녹취록 공개를 두고 갑론을박 다른 의견을 냈지만, 대외적으로 구설에 휘말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씁쓸함을 전했다.
한편에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의료원장이 센터장인 이 교수에게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녹취록이 외부로 흘러나간 것은 의아하고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모 교수는 "최근 논란이 뜨거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본다"며 "녹취 시점에 따라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법 시행 이후라면 의료원장의 언행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병원 경영진과 의료진이 입장차를 보일 순 있지만 교수에게 욕설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며 "반드시 개선해야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 교수는 "상당수 의대교수가 이 소식에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물론 욕설까지인지는 몰랐지만 의료진과의 갈등이 있어왔던 터"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의료원장이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수장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원내에서 발생한 갈등을 녹취록을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에는 의아함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녹취록 내용은 의료원장과 이국종 교수의 대화인만큼 이 교수가 직접 녹취를 했고 이를 방송사에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모 내과 교수는 "유희석 의료원장은 올해 여름 정년퇴임으로 임기가 한달 남짓 남았 상태인데 왜 굳이 이 시점에 녹취록을 공개했는지 의아하다"며 "녹취도 최근에 한 게 아닌 것으로 아는데 왜 지금 문제를 삼게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이국종 교수와 친분을 갖고 있다는 모 교수는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병원과 이 교수의 의견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들도 놀랍지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이국종 교수도 과거 힘없던 교수가 아닌 센터장이라는 위치인데 이런 식으로 여론화하는 행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국종 교수는 과거 외상센터 건립, 운영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겪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모든 보직자를 만나 대화할 때 녹음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녹취파일 이외에도 수많은 녹취파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료 교수로서 의료원의 경영방식이 불만족스러울 순 있지만 일정한 위치에 오른 만큼 그에 맞는 대응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게 동료 의료진의 얘기였다.
앞서 이국종 교수는 지난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역외상센터 지원금이 그와 무관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교수는 지난 2018년 간호인력을 67명 충원할 수 있도록 22억원의 지원금을 받고도 그에 절반 수준인 30여명만 채용, 그 이외는 기존 간호인력의 임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했다고 문제를 삼으면서 의료원과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이번 녹취파일이 그 이후인지 과거 2년전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 아주의료원 내부 의료진들만 뒤숭숭해지고 있다.
한편, 이국종 교수는 1월말까지 해군사관학교 생도 등과 함께 태평양 횡단 항해 해군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