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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본 전자담배 손상 기전 "폐 계면활성제 약화"

발행날짜: 2020-02-04 05:45:56

대한내과학회지, 액상 전자담배와 폐질환 관련 연구 게재
비타민 E 아세테이트, 계면활성제 장력 변화로 기능 소실 추정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E-cigarette or vaping associated lung injury, EVALI) 보고 사례들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몇가지 가설이 질환 발생의 기전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폐손상을 줄여준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폐 계면활성제의 성질을 변화시켜 호흡 부전에 이르거나, 비타민 E가 생산한 화합물이 폐를 자극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소영 교수가 진행한 액상 전자담배와 폐질환의 국내외 역학적 특성 및 정의/진단 등의 연구가 대한내과학회지에 2일 게재됐다(doi.org/10.3904/kjm.2020.95.1.6).

전자담배는 200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점차 증가돼 왔는데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궐련 담배에 비해 유해한 독성 물질의 흡입이 적다는 점을 근거로, 전자담배가 더 유용하다는 의견이 큰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아직 장기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니코틴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돼 의존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안전성 관련 논란은 2019년 8월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EVALI 보고 사례들이 늘며 불붙고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국내에서도 2019년 10월 23일부터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한 바 있다.

아직 정확한 EVALI의 발병 원인 및 기전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에서 박 교수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작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EVALI를 명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검사나 바이오마커는 없기 때문에, 질환은 임상의의 판단 및 다른 질환의 배제를 통해 진단된다.

EVALI 사례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미국 CDC에서는 원인 물질을 규명하기 위한 분석을 시작했는데 총 51명의 EVALI 환자들과 정산인의 유해물질 추가 분석에서는 총 48명의 환자(94%)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고, 47명 중 40명(85%)에서 THC 또는 THC 대사체가 확인됐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위해의 작용 기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영양제나 화장품에도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로, 경구로 섭취하거나 피부에 도포하는 경우에는 해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비타민 E를 흡입하는 경우는 폐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경구 섭취나 네뷸라이져를 흡입했을 때 항산화 역할을 해 미세먼지 또는 흡연으로 인한 폐손상을 줄여준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EVALI 환자에서 비타민 E의 폐손상 기전은 상당량의 비타민 E 흡입이 폐의 계면활성제(lung surfactant)를 쉽게 통과해 계면활성제를 젤 형태에서 액체로 변화시킨다고 추정된다"며 "이는 계면활성제의 장력을 변화시켜 폐의 기능과 역할을 소실하게 하게 한다"고 제시했다.

폐 계면활성제는 폐포 면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생아의 경우 계면활성제가 부족하면 호흡곤란증후군이 나타난다. 전자담배도 비타민 E가 계면활성제의 장력 변화를 이끌어 흡기와 호기 중에 폐의 팽창이나 수축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것.

한편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생성 화합물이 폐를 자극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시됐다.

박 교수는 "가열된 비타민 E는 케텐이라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 물질이 반응성 화합물(reactive compound)로 농도에 따라 폐 자극 물질(lung irritant)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말했다.

케텐은 무색의 고반응성 가스로서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디에틸에테르 및 아세톤에 용해된다. 눈, 피부 및 호흡기를 심하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폐 손상의 원인 물질로 지목된다.

박 교수는 "빠르게 확산된 EVALI 환자들은 대부분 액상형 전자담배를 통해 THC를 흡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제품에 첨가된 비타민 E가 가장 유력한 원인물질로 지목되지만 아직은 직접적인 원인 및 기전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EVALI로 확진되고 사망한 환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 E가 검출됐으며 대부분 가향물질을 첨가하기 때문에 폐질환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