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200개 병원 대상 전국 조사 인플루엔자 백신이 대부분…비용 부담 최대 걸림돌
국내 상당수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권장되는 예방 백신조차 맞지 않은 채 환자를 진료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 관리자들조차 93.5%가 권장 백신을 모두 맞지 않고 있었던 것. 이렇듯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대부분이 비용 부담을 꼽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는 회원 병원의 감염 관리자들과 의료진(Healthcare personnel)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대규모 전국 조사를 실시하고 24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그 결과를 공개했다(doi.org/10.3346/jkms.2020.35.e76).
학회 연구진은 2018년 5월부터 총 652개에 달하는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자체 관리 설문지를 통해 백신 접종 현황을 조사했고 이중 200개 병원이 구체적인 설문 조사에 응답했다.
설문은 의료진에 대한 감염 관리자 지정 여부와 병원 차원의 예방 접종 정책 여부와 권장 예방 접종 여부로 권장 예방접종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가 공동으로 권장하는 인플루엔자, MMR(홍역, 볼거리, 퐁진 혼합백신),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혼합백신), 간염 백신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총 172개 병원(86%)에 예방 접종 정책이 존재하며 이를 계획하기 위한 감염 관리실와 담당 의료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200개 병원 중 151개(75.5%)가 채용 전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항체에 대한 선별 검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일반적인 선별 검사 프로그램은 B형 간염으로 74%의 병원에서 채용 전 검사를 하고 있었으며 풍진이 19%, 홍역이 18%, 볼거리가 17%를 차지했다. 하지만 A형 간염을 사전에 전검하는 비율은 6%도 되지 않았다.
권장 예방 접종 여부를 확인하자 196개(98%)의 병원이 최소한 하나 이상의 백신을 대상으로 병원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97.5%가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B형 간염 백신이 69%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MMR백신의 경우 예방 접종 사업을 하는 비율이 24.5%에 불과했고 수두는 18.5%, TDAP도 11%에 불과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가 권장하는 백신 5개를 모두 접종 사업에 포함시킨 병원은 6.5%에 불과했다. 93.5%의 병원들은 1~2개의 백신만을 놓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2017년을 기준으로 의료진 중 감염 질환에 노출된 사건은 총 43건이 일어났다. 이중에는 수두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B형 간염이 11건을 차지했다.
이렇듯 각 병원들이 예방접종사업에 소극적이 이유는 역시 비용 때문이었다. 권장된 예방 접종 정책을 구현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무엇이냐 묻자 77%가 재정적 부담을 꼽았다.
또한 예방 접종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응답이 21%를 차지했으며 예방 접종 캠페인 등의 부재를 꼽은 병원도 21%에 달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예를 들면 병상수가 많을 수록 접종 비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무료 백신 접종 사업을 하는 비율을 병원 규모로 따져보자 700병상 이상은 100%를 기록했지만 500~699병상은 81.3%, 200~499병상은 77%, 200병상 미만은 72.1%로 낮아졌다.
연구를 수행한 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김성란 교수는 "병원에서 감염병에 노출되면 동료 의료진과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전염된다는 점에서 병원 기능의 마비까지 이뤄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이러한 병원 감염 사례는 공중 보건에도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연구 결과 권장 예방접종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병원의 재정부담이었다"며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