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언제 뚫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초긴장 상태 신규환자 없이 퇴원만 속출…가동률 절반이상으로 떨어져
"노인 입원환자 방역에 전 직원이 나서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 뚫릴지 알 수 없다. 러시안 룰렛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으로 퇴원하는 노인환자들이 늘고 있다. 외래는 이미 바닥을 친 상태로 이 상황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은행권 융자가 불가피하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코로나19 사태가 2개월에 접어들면서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방역을 강화해온 요양재활병원에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을 시작으로 부산 나눔과 행복 재활요양병원과 적지 않은 요양원에서 확진환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기저질환을 지닌 고령 환자가 대다수인 요양재활병원은 감염 차단을 위한 자체 방역지침을 만들어 직원들 수시교육과 환자관리 등 24시간 방역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래진료는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이며 병실 가동률도 많게는 절반 이상 떨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퇴원 환자 수가 매주 기록을 갱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요양병원 병원장은 "병실 가동률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지만 감염을 불안해하는 자녀들이 입원한 부모를 집으로 데려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녀들의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돼 퇴원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과 인접한 부산경남권은 경영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역 재활요양병원 병원장은 "코로나 감염 우려에 외래 예약 취소와 연기가 잇따르면서 평일 진료 기능은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 입원환자는 이미 반토막 났다"면서 "문자와 전화를 통해 환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지역 요양병원 보직자는 "신규 환자는 없고 퇴원을 요청하는 환자만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등 철저한 방역 하에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의료진과 환자들 모두 힘든 상황을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권 요양병원 병원장도 "방역당국 지침을 기반으로 병원 특성에 맞는 지침을 업그레이드하며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지만 100% 방역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전년대비 경영 매출이 10%이상 감소한 상태로 한 달 이상 코로나 사태가 지속된다면 직원들 급여를 위해 은행권 융자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양재활병원의 어려움 속에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부산 지역 모 재활병원 보직자들은 경영악화를 감안해 향후 급여의 절반만 지급해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병원장에게 전달했다.
해당 병원 병원장은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통분담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직원들 마음이 너무 고맙다. 힘들더라도 직원들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 희연요양병원 이사장)는 회원 병원의 확진환자 발생에 대비해 3000만원 기금을 마련했다.
김덕진 회장은 "모든 요양병원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확진환자 발생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회원병원의 자발적 모금으로 혹시나 모를 확진환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는 병원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로 했다"면서 "성금만으로 충분치 않지만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노인환자 치료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부터 시행된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 지정 병원들은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중부권 재활병원 병원장은 "지역주민들에게 재활의료기관 지정 홍보를 하려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환자 발길이 끊기면서 의료진 모두 치료와 무관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많아야 10명 외래환자가 오는 상황에서 재활치료보다 방역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일 경영손실이 가중되는 요양재활병원 병원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손실보상은 기대도 안한다. 메르스 때와 같은 은행 빚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조속한 종식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