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조작 미숙 착오청구 의원에 업무정지, 재량권 일탈" 2018년 도입 자율점검제 착오청구 방패로 유리하게 해석
정부가 현지조사 후 부당청구를 확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때 '단순 착오청구' 여부를 신중히 살펴야 할 전망이다.
착오청구를 거짓청구로 단정짓고 행정처분을 내린 보건복지부의 행태가 재량권 일탈 남용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이승영)는 최근 서울 P내과 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복지부는 상고를 포기했다.
복지부는 P내과를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 ▲비급여 대상 진료 후 급여비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급여비 이중청구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 등으로 2151만원을 부당청구 했다며 업무정지 50일 처분을 내렸다.
P내과 원장은 전자차트 프로그램 사용 미숙으로 인한 착오청구였다고 항변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P내과 원장은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조작하면서 '비청구'로 돼야 할 묶음코드의 하부 항목이 자동으로 청구되는 것을 알지 못해 착오로 청구된 것"이라며 "요양급여 부당청구에 대한 고의는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P내과 원장 설명에 따르면 건강검진 관련 코드를 결합해 '묶음코드'를 설정하고 '묶음코드가 내려질 때 선택된 내원일을 비청구로 만듦'이라는 항목에 체크해 해당 항목의 요양급여 청구를 막고 있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에 대해 건강검진 당일 진찰 또는 처방을 실시하면서 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내원일을 비청구로 만듦' 부분을 '청구'로 바꿨다. 그러면서 '묶음 세부 리스트 수정'을 통해 개별코드 청구방법을 '비청구'로 고치는 과정을 누락했고 묶음코드 하부 항목이 청구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P내과 원장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행위의 경위에 비춰봤을 때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프로그램 조작상 문제점이 교정되지 못해 착오청구가 반복됐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업무정지 기간을 최고한도로 정하면서 P내과 원장이 속임수를 사용했는지 재량에 의한 감경을 참작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해 재량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P내과 원장도 세무처리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액보다 건강보험공단 지급액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방 서비스 관리직원에게 요청해 두차례 전산 프로그램에 대한 정밀 점검을 받는 등 나름대로 이중청구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2018년 도입된 자율점검 제도를 P내과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자율점검제는 심평원이 요양급여비 부당청구 가능성을 인지해 해당 요양기관에 그 사실을 통보하면 요양기관이 자체 점검한 후 결과를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자율점검 제도는 P내과 원장에게 이뤄진 처분 이후 시행돼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제도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 보면 단순한 요양급여비 청구 프로그램 상 착오로 인한 부당청구는 자율점검 제도를 적용할 만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참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