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와 관련 역학적 특성을 조사한 보고서가 나왔다. 특정 연령 또는 성별에 따른 감염 차이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종교 모임과 같은 사회 활동이 전파에 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감염병학회, 소아전염병학회 등이 진행한 1월 19일부터 3월 2일까지 국내 코로나19 감염의 역학적 특성 연구가 대한의학회에 16일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0.35.e112).
연구진들은 3월 2일 오전 0시 기준 총 4212명의 확진자를 분석해 한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과 발발 상황을 분석했다. 지역이나 성별, 연령에 따라 코로나19의 발병 분포, 사망률 등에 차이가 난다는 점은 방역 대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령 분포를 보면 확인된 총 사례에서 감염자는 20대와 50대 연령 그룹에 집중된 M자형 구조가 나타났다. 20대 감염자는 1235명, 50대 감염자는 834명으로 9세 이하(32명), 10대(169명), 30대(506명), 40대(633명), 60대(530명), 70대(192명), 80대(81명) 대비 더 많았다. 중국의 환자가 30~60세에 집중된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성별 비율도 전체 확인된 사례중 37.7%만이 남성으로 중국의 51% 남성 감염자 사례와 다른 비율을 나타냈다. 성별 비율은 지역별로 특성을 보였는데 경기도에서 확인된 사례만을 추리면 이중 59.1%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지역, 연령, 성별에 따른 일관된 감염자 편중 현상은 없었다.
이는 특정 연령 또는 성별에 따라 코로나 감염의 민감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분포는 개인의 활동이나 종교단체 등 사회 활동이 감염에 영향을 더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증상이 시작된 날짜와 진단된 날짜의 차이를 비교한 전염병 곡선(Epidemic curve)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3일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월 20일 증상 발현자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진단을 통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날짜는 2월 27일로 일주일간의 격차를 보인다. 반면 중국은 1월 24일 최대 증상 발현자가 나왔지만 진단을 통한 확진자의 최다 기록일은 2월 4일로 10일간의 격차를 보였다.
국내 소아청소년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18%다. 2월 19일 첫 소아 환자 진단후 3월 2일까지 확진자 수는 점차 증가해 총 201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국내 최초의 소아 확진자는 확진자 어머니와 친척 등 가족 구성원에게 노출된 10세 소녀였다. 확진자중 소아 비율은 전체 사례의 4.8%이었는데 이중 0~9세 그룹이 32명, 10~19세가 169명이었다.
모든 소아청소년 감염 사례중 0~9세의 비율은 15.9%였다. 3월 2일 기준 국내에서 가장 어린 소아 감염 사례는 45일된 신생아로 종교단체 구성원인 아버지로부터 감염됐다. 연구진들은 보통 소아 감염자들은 경증을 나타내지만 정확한 감염 패턴을 식별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사망과 관련 4212건중 22명의 환자가 사망해 0.5%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13명의 환자가 남성(59.1%)이었고 20명이 50세 이상(90.9%)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증가했다. 50세 이상인 사람의 사망률은 1.2%로 50세 미만인 사람의 사망률 0.2% 보다 높았다.
모든 중증 환자들은 기저 질환이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사망한 22명중 7명(31.8%)은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병동에서 입원중인 환자들이었다. 가장 어린 환자는 35세의 몽골인으로 그는 이미 간경변과 식도 정맥류 출혈로 인한 만성 간부전 등 중증이었다.
고혈압이 있는 40세 남성은 사망한 이후 코로나19 감염이 진단됐다. 이 사례를 포함해 총 5명(22.7%)의 환자가 사망 이후 확진자로 판명됐다.
주목할 점은 두 명의 환자(13/22번)가 입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사망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세 명의 환자(13/14/16번)가 병원에 도착하자 사망했다.
이와 관련 대한역학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코로나19 환자는 경증으로 끝나지만, 노령 또는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중증 또는 중환자 감염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증가한 역학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감염 사례는 추가 대규모 감염 사태의 예고편으로 보인다"며 "잠재적인 발병 위험 요소 및 단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