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의료계에 산적한 주요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원격의료'도 그중 하나다.
의료계는 의사-환자의 원격진료를 변함없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대면진료가 기본이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서 책임소재 등 선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의사-환자의 원격의료 허용 문제는 의료계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척돼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발판 삼아 전화처방을 허용했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는 달려있지만 이미 의료현장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준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지만 경험을 통한 데이터가 이 시간 현재도 있는 만큼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실증특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이용한 심장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활용한 의사-환자 사이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
의협의 '반대' 입장은 여전히 변함없다. 하지만 이미 원격진료는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제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도 마냥 '반대'만 외치고 있을 수 없다. 원격의료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의협은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최대집 집행부는 특이하게도 의료 현안마다 TFT를 꾸려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원격의료라는 큰 방향을 거스를 수 없다면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할 때다.
이미 의협은 지난해 8월 정부의 의료취약지역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원격의료대응TFT'를 꾸렸다. 원격의료 반대를 외치기 위한 조직이었지만 미래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다.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의료계 전문가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도 자문위원 형태로라도 합류토록 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