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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사 의료과실 트라우마 심각…14% "의업 포기"

발행날짜: 2020-04-09 05:45:57

국내 다기관 연구진, 895명 대상 PTED, PTSD 조사
수액과 수혈 관련 사고가 다수…"극복 시스템 시급"

국내 의사들 중 상당수가 의료 과실 등 환자안전사고(Patient safety incidents, PSI)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대부분이 수면 장애나 식욕 부진 등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으며 14%는 의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 이를 위한 극복 지원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95명 의사 대상 PTED, PTSD 조사…56.8% 오진 경험

울산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환자 안전 사고가 의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8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그 결과를 게재했다(doi.org/10.3346/jkms.2020.35.e118).

의사들이 겪은 환자 안전 사고의 특성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의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주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사가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곧바로 진료와 환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도 이에 대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국내 895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 사고로 인한 PTED(외상 후 울분 장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척도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안전 사고가 결정적 영향을 준 시기는 보통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1년에서 5년 사이가 가장 많았다(60.8%).

또한 6개월에서 1년이 13%로 집계됐으며 5년 이상은 12.8%였다는 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겪은 환자 안전 사고가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는 점을 방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안전 사고로는 수액과 수혈과 관련한 사고를 꼽은 의사가 4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술 사고 등이 374명, 환자 간호 관련 사고가 32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환자 안전 사고가 일어난 원인으로는 오진 등 의료과실을 꼽았다. 의사의 절반이 넘는 56.8%가 의학적 판단 오류, 즉 의료 과실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났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30.1%가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아 회복시키는데 한달 이상 걸렸다고 답했고 15.1%는 이로 인해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응답했다.

환자 안전 사고 의료진에게도 직격탄…13% "의사 포기 고민"

환자 안전 사고는 환자들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었다. 사고 뒤 의사들의 상태를 조사하자 의업에 영향을 줄 만큼의 문제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 간접적 환자 안전 사고로 인한 의사들의 어려움
가장 흔한 트라우마는 진단과 치료에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38.9%가 지나치게 신중해졌다는 응답을 내놨다.

환자 안전 사고를 겪은 의사들은 수면 장애 등의 문제도 겪고 있었다. 32.8%가 환자 안전 사고 뒤 잠을 자지 못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한 24%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직접 환자 안전 사고를 겪은 의사들은 무려 14.2%가 의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간접적으로 이러한 사고를 겪은 의사도 10.8%가 같은 선택을 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의사들이 환자 안전 사고로 인한 두번째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직접 환자 안전 사고를 경험한 의사들이 간접적으로 노출된 의사보다 무려 1.7배나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

미국의 존스홉킨스 등 선진국의 의료기관들은 환자 안전 사고로 의사를 잃지 않기 위해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이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과 같이 환자 안전 사고를 즉각적으로 공개하는 프로그램 등도 이러한 트라우마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일 교수는 "환자 안전 사고 공개의 이점 중 하나는 의사들의 죄책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구현한다면 심리적 영향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당수 의사들이 환자 안전 사고로 발생한 신체적 증상과 행동 반응을 경험하고 있으며 사건에 따라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국내 첫 대규모 연구"라며 "이 연구가 의사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