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포커스]안지오텐신 복용자 코로나 확진시 위험 증가 가능성에 주목 실보다 득커 항고혈압제는 유지 NSAID 및 비충혈제제는 사용 제한해야
미국심장협회(AH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고혈압 관리지침을 새롭게 정비했다.
핵심은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 억제제 계열로 분류되는 항고혈압 1차약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처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인데, 불안해하는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다시한번 치료 중요성을 환기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8일 기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40만명을 넘긴 상황에서, 미국심장협회는 최근 고혈압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코로나 감염자에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고혈압 약제의 사용지침에 최신 입장을 발표했다.
일단 AHA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환자에서는 코로나19 감염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얘기인 즉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고혈압 환자에서는 심각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금껏 공개된 조사자료들에서도 이러한 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상황. 중국 우한 지역에서 촉발된 코로나19 사태에서, 특히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사망률이 10.5% 수준으로 가장 높게 보고된 이유다. 뒤이어 당뇨병 7.3%, 호흡기질환 6.3%, 고혈압 6%, 암환자들에서 5.6%의 사망률 순으로 집계됐다.
AHA는 지침에서 RAS 계열 약제들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존 고혈압약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에 우려가 많은게 사실이지만 고혈압 및 심부전, 심장질환 등에 ACE 억제제나 ARB의 처방이나 복용을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계열 약제들이 코로나19 합병증 위험도를 늘린다는 임상적 결과는 없다. 혈압을 정상범위로 잘 조절해나가는 것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각종 심장질환의 악화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기에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약제 외에도 안전성을 이유로 처방 자제를 주문한 약물이 추가됐다. 여기엔 처방빈도가 높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콧물, 코막힘, 비염, 감기 등의 증상에 쓰이는 '비충혈제거제(Decongestants)'를 언급한 것. 이들의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제한적인 처방과 함께 병용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달았다.
이밖에도 '신경정신과 약제'를 비롯한 '경구용 피임약' '면역억제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항암제' 등을 복용 중인 환자들에서도 혈압관리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추가했다.
AHA는 "이번 감염사태에서 과도한 음주와 카페인 섭취는 혈압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면서 "카페인의 경우 하루 세 잔 이하로 제한하고,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는 이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감초과 허브 식물인 '리커리시(licorice)'의 섭취도 혈압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AS 조절 불량, 코로나19 감염 관련 급성 폐손상에 중추 역할"
최근 고혈압약제인 RAS 계열약과 코로나19 감염에 연관성을 파헤친 임상근거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지난 한달간 대표적 학술지인 NEJM을 비롯한 란셋 호흡기저널(Lancet Respiratory Medicine), 메이요클리닉 프로시딩(Mayo Clinic Proceedings) 등에 다양하게 논문 초록이 발표된 것이다(DOI:https://doi.org/10.1016/S2213-2600(20)30153-3).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ACE 억제제와 ARB 계열 고혈압약제를 복용하는데 우려가 나온 것은 해당 바이러스가 작용하는 기전이 나오면서 부터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용체로 알려진 안지오텐신변환효소(ACE)와 관련한 약물들의 경우 예외없이 안전성 논란에 휩쌓인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에 들어오게 되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흡착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그런데 이 수용체가 바로 ACE-2 효소라는 점. 코로나바이러스가 ACE-2와 만나 인체에 기생하게 되면 세포내로 급속하게 증폭된다는 점에서 결국 ACE2가 많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를 두고 전문가들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는 수준" 정도의 합리적인 추론을 내놓는 분위기다. ACE 억제제나 ARB 계열 고혈압 약제들이 ACE-2의 발현을 끌어올려 바이러스 활동의 민감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들 대부분이 인체가 아닌, 전임상 즉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들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일부 연구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의견으로 해당 약제들이 ACE-2 수치를 줄여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에서 폐손상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는 주장들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실제 최신 임상연구에서도 ACE 억제제나 ARB 계열 고혈압약을 사용하는데 잠재적인 혜택이 더 많다는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외 심장학계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약제의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란셋 호흡기저널(Lancet Respiratory Medicine) 3월26일자에 게재된 연구는, 해당 약제들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평가한 첫 보고서로도 주목을 받았다(DOI:https://doi.org/10.1016/S2213-2600(20)30153-3).
책임저자인 미국 미네소타의대 크리스토퍼 티그나넬리(Christopher Tignanelli) 교수는 논문을 통해 "고혈압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급성 폐손상을 매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RAS의 과잉 활성을 가질수 있다는 의견은 어느정도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ACE-2가 폐 염증반응 및 섬유화, 부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ACE-2 활성화는 적은 양의 안지오텐신-2를 유발하고 ACE-2 활동장애는 과도한 양의 안지오텐신-2를 촉발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데이터에서도 나왔듯이 코로나19 감염 환자에서는 일반 환자들 대비 혈청 안지오텐신-2 비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왔다. 이는 바이러스의 양(로드)이나 폐손상과도 선형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현재 코로나19 감염과 RAS 억제제 계열 고혈압약제를 사용하는데는 여러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약제를 중단해야할 만한 어떠한 임상적 근거도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료계가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약제에 처방을 보류하기보다 코로나19 환자들에서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다기관임상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핵심 이슈로 거론되는 고혈압 환자들의 ACE-2 발현을 두고, 안전성에 무게를 실은 연구 결과는 더 있다.
메이요클리닉 프로시딩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고혈압이 코로나19의 나쁜 예후와 연관된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고혈압 환자에서 ACE-2 발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이터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가 ACE-2에 결합하는 것이, 안지오텐신-2 수치를 증가시키는 잔류 ACE-2의 활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며 "ARB 약제가 '안지오텐신-2 제1형 수용체(AT1R)'에 결합하는 것은 AT1R-ACE-2 복합체를 안정화시키고 코로나바이러스와 ACE-2의 상호작용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RAS 조절 불량은, 코로나19 감염 관련 폐손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현시점에서는 이러한 RAS 조절이 코로나19 감염 중증 환자에서 급성 폐손상이나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 고위험군에서 어떠한 혜택을 가질지 명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고혈압 약제에 대한 의심은 인정하지만 약제 복용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에는 이득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환자들이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사망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며 항고혈압 약제들이 ACE-2에 영향을 받는 것도 맞다"며 "하지만 이러한 기전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효과가 증명된 약물을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AHA는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심부전이 있거나 심근경색을 가진 고위험 환자군에서 갑작스레 RAS 억제제 사용를 중단하는 것은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추가적인 안전성 데이터가 나올때까지는 RAS 억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