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지속적 규제 완화 요구에 정부도 필요성 공감 별도 허가 없이 데이터 접근…IRB 승인 절차도 일부 면제
앞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가 환자 정보를 즉각 접속하고 IRB(임상연구윤리기구)의 승인 절차도 생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안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연구 특성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학계의 요구에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보루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도 예고하고 있다.
범 정부적 연구 활성화 대책 추진 "한시적 규제 완화"
14일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범 정부 기관들이 코로나 연구에 대한 한시적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정책의 주된 골자는 연구 규제 완화로 그동안 연구 진행에 허가가 필요했던 사안들에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코로나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 조치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접근이 제한됐던 심평원 환자 정보가 연구를 수행하는 의학자들에 한해 한시적으로 오픈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등 코로나 연구에 한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심평원 등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중에 있다"며 "연구의 시급성과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해 의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사안이고 정부도 최근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상황"이라며 "복지부 차원에서 조만간 공식적인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장선상에서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들이 몰려있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에 대한 임상 시험 절차도 간소화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았지만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접근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경증 질환자와 무증상 감염자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활치료센터를 재난안전관리법 상의 의료기관으로 해석해 혈액검체 채취 등 임상시험을 적극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를 의료기관에 준해 해석하면서 격리자의 동의를 확보하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유권해석을 마련했다"며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IRB 승인 절차도 사실상 면제…일각선 우려 목소리도
연구의 진행에 상당한 절차가 필요했던 IRB 승인 절차도 사실상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 개발 등 연구의 시급성을 감안해 정부와 의학계가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범 정부와 의학계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는 최근 이같은 방안에 대해 협의를 마치고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에 대해 IRB 승인 절차를 면제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동안 코로나 연구에 빗장으로 작용했던 정부 데이터 활용과 IRB 면제, 경증 질환자 검체 체취 등이 한번에 모두 풀리는 셈이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민관협의체 관계자는 "협의체를 통해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을 전달했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유권해석의 형식으로 허용 방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유권해석이 내려진 부분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것으로 제33조 1항이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33조를 보면 공중보건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위탁한 연구에 대해서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연구에 대한 빗장들이 한번에 풀리는데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에 긴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등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
대한의학회 소속 A대병원 IRB 위원은 "사실상 국가를 넘어 세계적 재난 사태라는 점에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그러한 이유가 의학윤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모두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히려 IRB나 데이터 활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패스트트랙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며 "지금으로서는 모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