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 인력확보는 커진 덩치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올바른 방향은 아냐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대학병원(지금의 상급병원)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의사는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배우고 익히며 현장 실습으로 경험을 늘려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모든 것을 자신의 모교 혹은 모교와 연관된 병원에서 습득하였다.
이런 시절 대학교수가 의과 대학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至大)했고 소속된 의료인의 존경을 받으며 병원의 방향타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아산재단과 삼성병원을 필두(筆頭)로 거대 자본이 의료계에 유입되면서부터 대학병원이 연구가 아닌 진료 우선으로 산업자본에 휘둘리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물론 산업자본의 유입이 의료 환경에 끼친 긍정적인 변화는 결코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시설과 장비의 개선, 내부 인력의 운용 방법과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서 적응하는 다양한 매뉴얼을 개발해 효율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노력, 집중적인 인재 양성 과정은 의료계의 수준을 크게 향상하고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했음을 부인(否認)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거대 산업자본 유입(流入)이 의료계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친 것은 결코 아니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비슷한 형태의 대학병원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불리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노출(露出)되었고, 결과적으로 의료 인력의 무조건적인 확보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더 많은 의료 인력을 동원하여 더 많은 진료 행위를 수행하고, 더 많은 건강보험을 획득하고 이것을 다시 재투자하여 더 큰 병원을 짓고, 여기에 또 더 많은 의료 인력을 투입하는 악순환(惡循環)의 고리를 형성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수도권 대학병원과 상급병원의 급격한 성장을 불렀고, 여기에는 과거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의료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과 지방에서 양성된 의료 인력이 모두 수도권과 대형 병원으로 집중되는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변질하였다. 이에 따라 중소병원의 의료 인력의 수급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닫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급병원에 더 많은 의료 인력이 모일 수 있는 여러 정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하여 지방과 중소병원 의료 인력이 파탄에 빠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병원협회 수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사 수의 증원과 의료 전달 체계 개편을 통한 대형병원 인력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통해 이제 제자를 양성하는 대학교수의 양심마저도 내팽개치고, 오직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성장과 더 많은 인력 확보에 온 관심이 집중된 모습이다.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득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그렇게 제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덩치가 커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길이 의료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방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상급병원은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통해 적정 의료 인력을 운용하는 방법을 찾고, 중소병원과 지역의 병원과 진료 전달 체계를 확립하여 상호 보완적인 역할에 치중한다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자가 되기 위해 마구잡이식 의료 인력 확충을 주장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대형병원의 부족한 의료 인력 확충이 대한민국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열쇠가 아니며 오히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상급병원의 진료 기능 조정을 통해 실효성 있는 의료 인력 재편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