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영호 차기 대한병원협회장이 5월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의사 수 확대'가 의료계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에서 의사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전국민적으로 공감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보건의료 공약에 담으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보' '의과대학 정원 합리적 조정으로 의학교육의 질 향상' '의사과학자 육성으로 공중보건 위기 대응 및 미래성장 동력 창출' 등을 제시했다.
이는 앞서 대한병원협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내용으로 병원계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한의사협회 등 상당수 개원의들은 여전히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인만큼 시각차를 좁혀나가는 것이 정영호 차기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다.
현재로서는 최대집 의협회장과의 관계가 순탄한 상황. 앞서 정영호 차기 회장이 출정식에서 제시한 '개원의 1만명을 대학병원으로 재취업' 방안도 최대집 회장과의 아이디어.
정영호 차기 회장은 "최대집 회장과 말이 잘 통했다. 개인적으로 나와 생각이 비슷해 실타래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사협회가 우려하는 의사 인건비 감소 등 의사의 권익이 추락하는 것은 병원협회 입장에서도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인해 의사의 권위나 위상이 떨어지고 처우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봤다.
"의대정원 확대, 의사의 사회적 역할 오히려 커질 것"
그렇다면 정영호 차기회장이 구상하는 '의대정원 1000명 확대' 방안은 어떤 그림일까.
그는 지방, 공공의료 분야 의사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수급을 위한 지역정원제도 혹은 공공정원제도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와 동시에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의사 재배치도 동시에 추진해야한다"며 "만약 의사 재배치만 해서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병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단 의대 정원을 확대, 의료인력난을 해결하면 이와 동시에 의사협회와 공조해 정부는 물론 국회에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권익, 처우 등을 요구해야한다고 했다.
즉, 의사 수 확대는 병원협회 홀로 추진할 게 아니라 의사협회와 공조해 나가야한다는 얘기다.
정 차기회장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을 둘러싼 의료계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줘서 감사하다. 부작용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 내부 비판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본 것.
그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동네의원이 위축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본인 또한 의사의 사회적 역할, 권익, 처우를 높이기 위해 뛰고 있는만큼 혹여라도 의사 수를 늘려 의사 급여를 낮추려고 한다는 시선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협회도 차기 병원협회장과의 소통의 창을 열어두고 있지만 실제로 공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 임원은 "의·병협이 TF팀을 구축하고 소통하면서 접점을 찾아갔으면 한다"며 "정영호 차기 회장은 합리적인 분이라는 점에서 대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방의 중소병원 인력난에 대해서는 의협도 고민하는 부분으로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의사인력 1000명을 늘리는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근본적인 원인부터 따져봐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