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역위원회서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으로 논의 확인 일선 의료계 "그동안 정책들 혼합…병원 내 감염 차단은 의문"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의료이용체계도 일정부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환자와 호흡기환자의 동선을 구분한 기존 국민안심병원 운영 체계를 넘어 보다 강화된 의료이용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주도로 4월부터 운영 중인 '생활방역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장기화 대비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대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의료기관 폐쇄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의료이용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은경 본부장은 "대구지역에서 한번 폭발적인 (확진자)수요 증가를 경험했다"며 "그런 경험을 분석해 코로나 진료체계, 외래와 경증환자 격리치료 체계, 입원환자와 중증환자 등 어떻게 전달체계를 잘 구성해 의료자원과 병상을 확보하느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 같은 의료이용체계 붕괴를 대비한 개선방안을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재 결과, 생활방역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의료기관 감염 예방 및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조속히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독감 인플루엔자, 기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새로운 진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의 국민안심병원 제도 운영으로 병원 내에서 일반 환자와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구분했다면 이보다 더 강화된 호흡기환자 진료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결국 국민안심병원 제도 운영만으로는 병원 내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은평성모병원과 분당제생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병원 내 감염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다양한 모델의 '호흡기전문클리닉'을 설치‧운영하고 해당 기능에 맞게 보상을 하겠다는 기본 방안을 마련했다. 크게 개방형 클리닉(보건소, 공공시설 등에서 지역의사 참여), 의료기관 클리닉(독립된 건물의 의료기관 지정), 방문진료 클리닉(의사, 가정간호사 등이 방문진료) 등 세 가지 모델로 나눠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목적은 선별진료소처럼 적은 규모 병원에서 호흡기 전문클리닉을 운영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은 해당 대상에 포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들은 검토 중인 의료이용체계 개선 만으로는 병원 내 감염 확산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 교수(호흡기내과)는 "그동안 해왔던 정책들을 혼합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었어야 했다. 현재의 대안들이 최선이겠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운영하기에 달렸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장 역시 "치료제가 없기도 하지만 병원에 호흡기 증상 없이 오게 되는 코로나19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설사나 냄새를 맡지 못해서 병원을 찾은 코로나19 환자가 있었다. 더구나 열나고 몸 아프다고 모두가 호흡기 환자는 아니기도 하다"고 제도의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