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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첫 미션 '호흡기클리닉' 실현 가능할까

박양명
발행날짜: 2020-04-25 05:45:58

일선 개원의들, 보건소-지역의사회 협력 모델 '긍정적'
'호흡기 전담 의원' 지정안은 "비현실적…누가 하겠나"

'호흡기전문클리닉'.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꺼내든 카드다.

호흡기 질환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을 따로 두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보건소와 1차 의료기관에 감염병 대응 역할을 맡기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열린 의·병·정협의체에서 제시한 '호흡기전문클리닉'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보건소 등과 지역의사가 협력하는 개방형 클리닉 ▲독립된 건물의 의료기관을 호흡기클리닉으로 지정 ▲의사, 가정간호사 등이 방문하는 방문진료 클리닉 등이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정부는 호흡기질환자 전담 의료기관 지정을 검토중이다.
메디칼타임즈가 다수의 개원의에게 확인한 결과 특정 의료기관이 다른 환자를 포기하고 호흡기 질환자만 전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사회에서 자리 잡고 기존에 보던 만성질환자 등을 포기하고 호흡기질환자만 전담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서울 S내과 원장은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만성질환자를 모두 보고 있는 게 현실인데 정부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지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내과 전문의도 "만성질환자 등을 보면서 지역사회에서 쌓아왔던 평판이나 명망은 다 포기하고 호흡기 환자만 전담하는 것은 상당한 피해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유인책이 있어도 지원할까 말까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역의사회 역할은? 인력 확보하고 시스템 구축 목소리 내야

반면 보건소 등 공공기관이 호흡기질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지역의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대구경북을 봤을 때 많은 개원의가 현장으로 발벗고 나섰다"라며 "정부가 보건소를 활용하는 모델에 대해 구체적인 안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의료계가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실제 정부도 보건소에 역할을 강화하는 개방형 클리닉 실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재난 김강립 총괄조정관이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가능하다면 보건소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발언에서도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지역 보건소를 활용해 호흡기 질환자 전담 진료를 계획하고 있다.
개방형 클리닉은 쉽게 말해 현재 보건소에서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를 '호흡기전문클리닉'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다수의 지역의사회는 회원의 자원을 받아 진료를 마친 후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다시 출근, 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체검사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를 제도화할 때 지역의사회의 주도적 참여는 필수라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호흡기클리닉 운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과 전문성.

평시에는 보건소 자체 인력으로도 호흡기클리닉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처럼 감염병 대유행이 펼쳐졌을 때 투입될 수 있는 의료지원반을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의사회가 자체적으로 감염병 대응반을 꾸리고 보건소와 상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사회 서대원 회장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투입될 수 있는 의료지원반을 의사회 차원에서 구성할 필요가 있다"라며 "언제까지 봉사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사회가 인력 협조를 했을 때 재정 지원책도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의사들도 감염병 대유행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레벨D 방호복 착용법 등의 실무 교육도 분기별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흡기전문클리닉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군을 세밀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지역의사회가 적극 나서서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랑구의사회 협동조합 오동호 이사장은 "이번 기회로 보건소가 감염병 예방, 방역 등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건소가 제 역할만 해도 지역사회 감염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소 호흡기전문클리닉이 진료기능에 집중하지 않도록 지역의사회의 감시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라며 "감염성 질환이 의심되거나 법정 전염병 환자를 거를 수 있도록 하는 기준 마련에 지역의사회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