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민 범 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 개발 사업단장 개발, 임상, 인허가까지 솔루션 "유니콘 기업 나와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산 의료기기 산업화를 위해 1조 2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참여하는 부처만 5곳으로 그야말로 범 부처 사업이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 개발사업단으로 명명된 이 대규모 사업을 이끌어 가게될 초대 단장인 김법민 단장(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은 이 프로젝트를 기회이자 위기라고 강조했다.
유례없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큰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살리지 못하면 다시는 이러한 기회가 올 수 없을 것이라는 단언이다.
"1조 2천억 규모 프로젝트 시작…다시 없을 기회"
실제로 이번 사업은 크게는 과학기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주요 부처가 주관하게 된다. 여기에 사업을 뒷받침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포함하면 5개 부처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만큼 투입되는 자금도 유례없는 수준이다. 올해 5월 닻을 올리는 사업은 2025년까지 6년간 총 1조 2천억원이 투입된다. 그만큼 김 단장의 어깨도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의료기기 수요 조사부터 연구 개발, 임상시험을 거쳐 인허가까지 전 주기 모두를 아우르는 사실상의 첫 범 부처 사업이에요. 사실상 의료기기와 관련한 R&D 사업은 모두 한 곳으로 모인다는 의미죠."
그렇기에 그는 공식 취임도 하기 전부터 이미 제안 요청서(Request For Proposal, RFP)를 마련하고 그 유형과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말 그대로 범 부처와 산업, 학계가 모두 동원되는 만큼 첫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두가지 사업은 각각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 개발과 4차 산업혁명 미래의료환경 선도 사업이다.
김법민 단장은 "첫번째로 우선 명품화 사업을 진행하며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또한 수입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분야에 대해 국산화를 시도하며 여기에 시너지를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맞춤형 의료기기와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IT분야의 장점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두번째 프로젝트"라며 "로봇과 인공지능, 미래소자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는 공공복지 구현 사업, 의료기기 사업화 역량 강화 사업에 예산이 투입된다. 첨단 의료기기 외에도 수요가 있지만 제품화가 쉽지 않은 부분에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장애인 등을 위한 의료기기 개발 등이 포함되며 의료 소외지역 국민들을 위한 비대면진료 시스템 등도 함께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 개발을 이뤄냈지만 임상시험이나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제품 개발 단계별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김 단장은 "우선 108개의 RFP를 검토하고 전략형 제품을 추려놓은 상태"라며 "이후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면 본격적인 지원과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서비스 우선 개발부터…의료계도 사업 도와야"
눈에 띄는 점은 이러한 RFP 중에 비대면 의료서비스 개발과 감염병 프로젝트가 함께 들어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술은 상용화를 위한 위한 준비일 뿐 결코 제도나 사회적 합의를 앞서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김 단장은 "비대면 의료서비스 중 원격 진료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부 원격 진료 형태의 행위들은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겠지만 연구와 개발은 추후 합의가 이뤄질 상황에 대비하며 상용화 준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제도만 개편되면 원격 진료를 연착륙 시킬 수 있는 아이템과 기술들은 충분히 마련돼 있는 상태"라며 "AI를 이용한 스마트 의료기기와 로봇암을 이용한 초음파 기술 등은 우선 개발해 놓고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는 것이 수순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특히 김법민 단장은 아무리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라해도 의료계의 도움이 없이는 공염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좋은 기기를 연구하고 개발해도 결국 임상 의사들이 쓰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범 부처 사업의 성격에 맞게 의료계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는 당부다.
이번 사업에 모든 프로젝트에 임상 의사의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를 개발한 뒤 의사에게 선보이지 말고 연구 단계부터 의사에게서 나오는 수요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단장은 "아무리 좋은 기기를 개발한다해도 완제품을 의사들에게 가져가면 절대로 쓰지 않는다"며 "기획부터 의사들의 참여를 의무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임상 의사들의 머리에서 나온 수요가 기술로 나오고 특허를 함께 공유하며 운명 공동체로 묶어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감과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임상 의사와 병원이 파트너쉽을 가지고 함께 하지 않으면 의료기기 연구와 개발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그의 목표는 매우 명료하다. 정년을 앞둔 의공학과 교수로서 제자들이 너도나도 가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회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화는 고민하지 않은 채 국책 과제 연구비만 가져가는 나눠갖기식 관행을 깨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적어도 우리나라에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 한두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반문.
김법민 단장은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에 큰 기회이자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이 정도의 예산에 범 부처의 지원이 있는데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절박함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의공학과 교수로서 또한 범 부처 사업단장으로서 우리나라 의공학자들이, 또한 내 제자들이 너무나 가고 싶어 하는 세계화된 의료기기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우리나라에 의료기기 유니콘 기업 한두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