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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희귀질환약 보험급여 문턱 너무 높다”

원종혁
발행날짜: 2020-05-22 05:45:56

휘귀질환의 날 맞아 관심 주문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평가 재검토 필요
RSA 도입 이후 항암제 및 일반약제 대비 급여등재비율 낮아

희귀질환제의 보험급여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사들은 위험분담제(RSA) 도입 이후 약 6년간 급여등재를 신청한 희귀질환 치료제 14개 가운데 정작 급여등재에 성공한 것은 3개에 불과하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항암제나 일반약제의 등재율이 90%를 훌쩍 넘긴 것과는 비교된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평가면제 도입 전후 약제 유형별 등재율 비교.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매년 5월 23일은 정부가 지정한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기도 하다. 현재 당초 취지에서처럼 희귀질환에 대한 법적근거들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인지도 제고 및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기는 하다.

일단 희귀질환의 경우,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가도 적어 진단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겨우 진단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후에는 치료제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실제 약 7000여개의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불과 5% 남짓한 상황. 문제는, 이렇게 개발된 치료제조차 대부분이 비싼 약값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정부는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기조 아래, 신약등재 과정에서 근거 마련이 어려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특례제도'를 운영하는 등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결과물을 놓고는 아쉬운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경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문턱이 높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12월 도입돼 올해로 7년차를 맞는 위험분담제의 경우, 제도 도입 이후 최근까지 약 6년간 위험분담제를 통해 급여등재를 신청한 희귀질환 치료제 14개 중 급여등재에 성공한 것은 3개에 불과했다.

현행 위험분담제제도의 대상요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는데다 다른 질환과 동일한 잣대로 검토되는 경제성평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사결과, 위험분담제가 본격 도입된 2014년 전후의 약제 유형별 급여등재비율을 비교해보면, 희귀의약품은 71.1%에서 71.4%로 제도 도입 전후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일반약제는 79.6%에서 98.6%로, 항암제는 77.1%에서 91.7%로 큰 폭으로 상향된 것이다. 또한 2017년~2018년 3월까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 품목 중, 희귀질환약제의 2년이내 등재율, 4년이내 등재율은 각각 43%, 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특성 고려 유연한 위험분담제 운영 "경제성평가 재검토 필요해"

위험분담제 도입 후에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등재율이 상향되지 않는 이유로는, 희귀질환 약제를 경제성 논리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성평가면제 약제를 제외한 모든 신약은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희귀질환은 질환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개발자체가 어렵고 환자수도 적어 임상연구 진행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

또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질환이기 때문에 애초에 임상설계 과정부터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수가 적은 탓에 만성 중증 질환과 달리 실패율이 높고 시장은 작아 고가의 신약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희귀질환의 특성상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고, 입증이 어려우니 위험분담제의 문턱을 넘기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일례로 극희귀질환 CAPS 치료제 '일라리스'는 경평근거 마련이 힘든 극희귀질환 약제임에도 불구 비용효과성을 이유로 급여등재에 실패한 전적이 있다. 산정특례 희귀질환인 루푸스의 대체약제가 없는 유일한 치료제인 '벤리스타' 역시 급여적정성평가에서 '비용효과성 불충분'으로 판단되어 2015년 12월과 2018년 11월 두 차례나 비급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60년만에 개발된 유일한 치료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약제가 코티코스테로이드 등으로 간주돼 위험분담제의 대상이 되지못하고 대체약제 대비 고가로 비급여 평가를 받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위험분담제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 후발약제에게도 위험분담제의 문이 열리고, 경제성평가 면제 약제나 3상 조건부 허가약제도 위험분담제가 함께 적용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경제성평가에 실효성이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리 위험분담제 대상 약제를 확대한다 한들 희귀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얘기인 즉슨,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행 경제성평가 지침상 비용-효과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ICER 임계값이 '1 QALY(Quality Adjusted Life Years Gained) 당 Cost'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언급된다.

즉, 삶의 질이 낮은 질환의 경우 동일한 생존기간 연장을 가져오는 경우라도 삶의 질이 높은 질환에 비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 희귀의약품의 경우 대체약제와의 직접 비교임상 없이 허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임상효과 비교를 전제로 하는 경제성평가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희귀질환 제약사 한 관계자는 "ICER 임계값 상향 조정 등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제도의 개선과 동시에 위험분담제 안에서 보다 다양한 유형의 계약이 가능해진다면, 향후 희귀질환 약제들도 위험분담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희귀질환 약제 급여에 대해 유연한 검토가 이뤄져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