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개념으로 특허출원 도전한 한의대 교수, 결국 실패 특허청, 세 번에 걸쳐 반려...법원 "약리효과 충분한 설명 부족"
형체가 없어 '기'라는 단어로 통용됐던 경락을 시각화 한 '프리모'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줄기세포가 파킨슨병, 치매, 루게릭병 등의 뇌 신경 손상 질환에 효과 있다는 내용으로 특허를 내려던 한 한의대 교수가 있다.
그는 특허를 거절하는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다툼까지 벌이면서 5년의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결국 특허를 받는데 실패했다.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윤성식)는 최근 A한의대 K교수가 특허청을 상대로 제기한 거절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K교수는 항소를 포기했고 특허법원의 판결은 이달 초 확정됐다.
K교수는 2015년 '프리모 줄기세포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손상 신경 조직의 치료용 조성물'이라는 제목으로 특허 출원을 청구했다.
K교수의 특허 출원 설명서에 따르면 프리모 줄기세포는 프리모 관 또는 프리모 노드에서 분리된 것이다. 프리모관은 한의학적 개념인 경락의 해부학적 실체를 시각화한 것으로 한의계에서는 혈관계, 림프계와 더불어 '제3의 순환계'라고 부른다.
1960년대 경락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처음 주장한 김봉한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봉한학설'에 기반하고 있다.
K교수는 2015년 특허출원 신청을 하며 "프리모 줄기세포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조성물이 프리모 관이나 프리모 모드에 주입되면 루게릭병, 파킨슨병 등으로 인한 신경 손상 조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청 심사관은 발명에 속하는 기술을 쉽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거절했다.
K교수는 추가 의견서와 보정서를 제출하면서 재심사를 거듭 청구했지만 특허청은 총 세 번에 걸쳐 특허를 반려했다.
K교수는 결국 세 번째 거절을 당하고 특허심판원에 특허청 결정 불복 심판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급기야 지난해는 특허법원 문을 두드렸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특허법원 역시 특허청 판단이 옳았다고 봤다. K교수가 특허 출원을 위해 작성한 설명 중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례도 없고 ▲이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기술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K교수가 근거 자료로 제출한 동물실험도 부실하다고 했다. K교수는 실험쥐의 족삼리혈에 있는 프리모 기관에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주입해 줄기세포의 이동경로를 파악,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K교수는 프리모 줄기세포는 프리모 순환 시스템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실험에는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썼다"라며 "정작 특허 신청을 한 프리모 줄기세포에 대한 기재는 없다"라고 밝혔다.
또 "프리모 줄기세포가 척수에 도달할 수 있는지, 척수에 도달했더라도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직접 뇌신경 조직에 도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어떤 데이터도 없다"라며 "족삼리혈이 혈관이나 림프관과 구별되는 프리모 관, 프리모 노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시험도 전혀 없다"라고 판시했다.
즉, 프리모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데 제대혈 줄기세포가 뜬금없이 등장했고, 제대혈 줄기세포의 이동에 대한 동물실험이었던 것이다. 결국 특허 출원을 허용할 정도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K교수의 발명 내용이 약리효과를 나타내는 약리기전을 명확히 밝혀졌다고 볼 수 없고 발명의 설명에서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례가 있거나 이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