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의예과 2학년 최시연|"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접촉자를 신속하게 격리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한국은 COVID-19 대응에 있어서 WHO가 구상하고 추구하는 모든 요소와 전략을 이미 잘 구현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마이크 라이언 사무차장이 한 말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에서 한국의 방역 대응 체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프랑스의 한 변호사가 한국의 코로나 19 방역 대책을 보고 “개인의 자유를 오래 전에 버린 나라” 라고 비난하여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기고문은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에 실린 ‘코로나 19와 확진자 동선 추적: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지 말라’ 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는 프랑스 당국이 한국을 본뜬 확진자 동선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자 이 시도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칼럼을 기고하였다고 알려졌다.
이후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은 이가 과도한 비판이라고 보고 반박 기고문을 보냈으며, 프랑스 내에서도 모순된 태도라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이 일의 여파는 상쇄되는 듯 보였다. 다만 이 논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개인 정보는 분명 민감한 사안일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났고, 비대면 강의가 이루어졌으며 원격의료 등 비대면 서비스 산업이 부상하였다. 작년까지는 몇 년이 걸렸을 코로나 관련 의약품의 승인은 비상 상황 아래 신속하게 허가가 이루어졌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사람들은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고, 비대면 서비스에서 이 정도의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활의 자유와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가 주어졌고, 우리는 건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사람들은 코로나가 어서 종식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일시적일’ 불편을 감수하였다.
이제 코로나가 유행성 질병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우리가 이전에 살아왔던 세상과는 많이 다를 것임을 우리는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기꺼이 데이터화하였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인터넷 상에서 본인의 동선을 남기며 생활하였다. 내가 질병에 노출되면 언제든 이 정보들이 공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의 동선은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원격의료는 그 필요성을 새롭게 조명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 원격의료를 실현할 경우 우리가 네트워크 상에 남기게 되는 개인정보에는 우리 신체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혈압, 진료기록부터 내가 시행한 모든 검사의 결과까지, 의료 정보는 앞으로 네트워크 상에 오르게 될 나의 정보들 중 가장 상세하고 은밀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일상이 될 글로벌 팬데믹 시기에 이 정보가 가장 철저히 보호받아야 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개인정보의 데이터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의 목적은 우리가 프라이버시와 건강을 모두 누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는 불안과 공포에 의한 것이 아닌, 권력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제거된, 투명한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