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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로 형사처벌 받은 개원의 3년후 또 법원행

박양명
발행날짜: 2020-06-05 06:00:30

복지부, 2차 위반한 개원의에게 면허정지 4개월 가중처벌
해당 개원의 "리베이트 수수액 300만원 미만" 호소 안 통해

특정 제약사로부터 약 305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개원의가 있다. 그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그는 3년 후, 다시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약 1년에 걸쳐 총 34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모든 정황을 파악한 보건복지부는 그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4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재차 적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개원의는 보건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는 최근 경기도 Y의원 A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Y의원 원장은 항소를 제기했다가 돌연 포기, 법원의 결정은 이대로 확정됐다.

A원장의 리베이트 수수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특정 제약사 직원에게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면 현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현금 약 305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A원장은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형을 받았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A원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집지는 못했다. 복지부 역시 이에 근거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가 설정한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받은 경우 행정처분 기준 중 리베이트 수수액이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일 때 따른 결정이다.

A원장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0장 분량의 해외 논문 번역 작업 수행 대가로 받은 것"이라며 "최소 50만원에 상응하는 영문 번역 대가"라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하면 리베이트 금액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데, 리베이트 받은 금액이 300만원 미만이면 '경고' 처분에 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A원장의 리베이트 수수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34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A원장은 다시 벌금 200만원형을 받았다.

이로써 A원장은 벌금 총 500만원에, 리베이트로 받았던 금액 총 645만원을 토해내야 했다.

복지부는 이미 한 번 리베이트로 적발된 데다 5년 안에 같은 위반행위로 적발됐다는 이유로 A원장에 대해 4개월 면허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여기에서도 A원장은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2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한 금액이다. 정확한 액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수수 금액이 300만원 미만이면 2차 위반이더라도 자격정지 1개월에 그치기 때문이다.

A원장은 복지부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면허정지 기준을 2개월 단위로 정한 것은 과하고, 봉직의와 개원의를 구분하지 않은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4개월간 폐업은 직원 생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복지부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고, 법익의 균형성이 결여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A원장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정판결 내용과 A원장의 리베이트 수수액을 달리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A원장은 약 1년에 걸쳐 특정 제약사 영업사원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월 간격으로 수차례에 걸쳐 현금 합계 340만원을 받았다.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