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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따로 있나요? 음악으로 세대공감"

발행날짜: 2020-06-15 05:45:55

서울대병원 조태준 교수, 39년째 오케스트라 즐거움 찾아
20대 의대생, 인턴부터 50대까지 음악으로 교감 '희열'

수시간째 이어지는 수술로 눈이 침침하고 뒷목이 뻐근해지는 순간, '아, 오늘 공연 연습있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피로가 씻은듯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수술을 마치자마자 멤버들이 기다리는 연습실로 향했다.

조태준 교수
서울대 어린이병원 조태준 교수(소아정형외과)가 오케스트라에 빠진 것은 서울의대 입학한 직후부터다. 어릴적부터 바이올린, 피아노를 섭렵한 그는 대학에 가면 오케스트라 일원으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온 터. 서울의대 교향악단 동아리가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192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의대 교향악단 동아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임으로 의대 졸업 이후에도 '서울의대 메디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활동을 이어간다.

서울의대 출신이라는 뿌리를 두고 현재는 각 대학병원 교수로 혹은 개원의, 전공의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하나가 된다. 현재 의대생이 학생들도 함께 공연에 참여한다.

조태준 교수가 선택한 악기는 클라리넷. 의과대학 예과 1학년부터 어느새 39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오케스트라 공연은 그를 설레이게 한다고.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 없이 지내온 전공의, 펠로우 시절에는 잠시 공백기가 있었지만 40대 접어들면서부터는 다시 시작했다.

특히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에 의과대학 동기들끼리 밴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속 익살스러운 외과 의사로 그려진 이익준(조정석)을 보면 친구 OOO가 떠올랐고, 까칠하지만 정이 많은 흉부외과 김준완을 보면서도 친구 OOO의 얼굴이 스쳐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 캐릭터를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동료들과 매치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우리도 저랬는데…옛날 생각도 나고요."

조태준 교수(맨 왼쪽 위)가 연습실에서 단원과 연주 연습하는 모습.
사실 그는 메디칼 드라마는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꼬박꼬박 챙겨봤다. 의사 한명의 영웅담을 보여주는 식의 메디칼 드라마, 병원 내 딱딱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 보기만 해도 피곤해지던 메디칼 드라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조태준 교수는 여전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앙상블 공연은 인상 깊었다. 50대인 본인부터 40대 교수, 30대 군의관, 20대 인턴, 20대 의대생까지 총 5명이 한팀으로 세대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함께 연주했던 것.

"만약 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라고 하면 못하겠죠. 하지만 악기 연주는 가능해요.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같이 호흡을 하다보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죠. 전 그게 좋아요."

평소 같으면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든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의 관계로 어색하겠지만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조 교수가 다양한 장르 중 오케스트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가 아닌 다함께 한곡을 완성하는데 희열이 크기 때문이다.

"혼자 한 곡을 연주하는 것과 오케스트라 단원 수십명이 하나의 공연을 해냈을 때 희열은 배가 되죠. 그 만족감은 혼자 연주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되요. 그게 오케스트라의 매력이죠."

그는 코로나19로 올해 공연이 취소되고 연습도 축소되면서 아쉬움이 큰 것도 잠시, 소아정형외과 분야 의사들과 공연을 기획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다.

"국적 무관하게 소아정형외과 분야 의료진과도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학회 때 갈라디너도 하면 좋겠지만 코로나19로 쉽지 않죠.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공연도 재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