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 보장성강화 정책 실행을 둘러싸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정부가 계획한 보장성강화 추진에는 문제가 없지만, 자칫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 경우 계획했던 밑그림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덕수 신임 기획이사는 16일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보험자로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보장성 강화와 노인성질환·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지출은 증가하고,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라 수입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를 본격 추진한 2018년을 기점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형태로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62조 1159억원이었던데 반해 지출은 62조 2937억원으로 더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이듬해인 2019년 더 확연해져 수입은 68조 643억원, 지출은 70조 888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사이 약 21조에 가까워졌던 재정 적립금은 2019년 들어서 17조 771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은 그동안에는 보장성강화 정책 추진에 따른 계획된 적자였다고 설명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
김덕수 기획이사는 "코로나19로 국민의 소득이 줄면서 건강보험료 징수율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사태가 올해 10월 이후까지도 계속된다면 우려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우려감은 지난달 공급자단체들과 벌인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병·의원 수가인상에 쓰이는 추가재정소요분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가 부대조건으로 국고지원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추가재정소요분으로 결정된 9495억원 중 일부를 국고지원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 가입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재정운영위에서 그만큼 건강보험료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건보공단에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김 기획이사는 "재정운영위가 수가인상의 부대조건으로 2001년도 건강보험 재정파탄 당시에는 보험료를 6~8%를 인상했었다"며 "건강보험료를 동결한다면 다음해에는 인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매머드급 보장성강화 항목 문제없나
그렇다면 올해 척추 MRI로 대표되는 보장성강화 항목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까.
앞서 복지부가 계획한 '2020년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르면, 척추 분야 MRI는 올해 10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11월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초음파는 흉부(8월)를 시작으로 심장(12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척추와 함께 당초 2020년 항목에 포함될 계획이었던 근골격계 MRI는 2021년 대상으로 유보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
더구나 올해 정부가 계획한 보장성강화 항목들 대부분 상당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보험자인 건보공단으로써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대한병원협회 임원인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척추 MRI의 경우 뇌·뇌혈관 MRI보다 더 많은 재정투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건강보험 재정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보장성강화 계획의 변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올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재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해 계획한 보장성강화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코로나19로 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후 3개월분의 건강보험료를 경감하면서 약 9877억원의 재정지출 효과가 발생했지만, 반대로 그만큼 감염병에 따른 국민들의 진료비 지출이 줄어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재정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기획이사는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진료 받는 횟수가 줄어들어 약 1조원의 진료비가 경감됐는데 그 만큼의 건강보험료 감면이 이뤄졌다"며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