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감염균에 사용하는 이른바 슈퍼 항생제 저박사(Zerbaxa, MSD)가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성균이 늘고 있는 시점에 매우 중요한 치료 옵션이 등장한 것은 맞지만 임상시험에서 국소적 내성 상황이 고려되지 않아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독일 의료 및 약물 평가 기관인 건강관리 품질 효과 연구소(IQWIG)는 현지시각으로 2일 저박사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저박사는 세파로스포린 항생제인 세프톨로잔에 베타-락타마제 억제제인 타조박탐을 더한 복합 항생제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이 약물은 1068명의 내성 요로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생제인 레보플록사신에 대한 우월성을 인정받으며 근거를 쌓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복강내 감염, 요로감염 등을 적응증으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IQWIG는 아직 이러한 혜택을 인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 설계가 혜택을 논하기에 힘든 구조로 진행됐다는 것.
IQWIG는 "저박사의 승인 임상시험은 물론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로 진행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적응증을 받은 복강내 감염과 요로 감염 등에 대해 각기 다른 하나의 항생제와만 효과를 비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매우 제한적인 대조는 병용이 주로 이뤄지는 현재 항생제 처방과 일치하지 않다"며 "총 4개의 임상시험을 모두 평가해도 국소 내성과 병원체 검출 후 내성 상황이 고려됐다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결국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에 필요한 효과는 입증했지만 현재 이뤄지는 처방과는 괴리가 있는 설계로 인해 표준 요법과 비교한 혜택을 논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IQWIG는 사실상 저박사에 대한 결론을 보류했다.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로는 장점도, 단점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최종 판단인 셈이다.
특히 IQWIG는 혜택의 근거로 제시된 실험실 데이터도 근거로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다.
IQWIG는 "실험실 데이터의 분석에서는 저박사가 충분히 가능한 치료 옵션이라는 점이 인정되지만 이 또한 이용 가능한 모든 약물이 평가된 것은 아닌 만큼 이를 통해 혜택을 유추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IQWIG 약물평가팀 토마스 카이저(Thomas Kaiser) 팀장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고 환영할만 하지만 유갑스럽게도 혜택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연구의 근거가 없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