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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임상시험도 올스톱…"피험자가 없다"

발행날짜: 2020-07-13 05:45:57

[메타포커스]대상 환자군 포기 급증…사실상 중단 상태
신규 임상시험은 아예 연기…"국가 주도 연구도 난항"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신약 임상시험을 비롯해 각종 연구 과제들과 국가 주도 연구 용역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진행중인 임상시험은 포기율(드랍)이 급증하며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지고 있는데다 국가 연구 용역조차 휘청이면서 제약사와 연구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

임상시험 대상자 포기율 급증…"사실상 진행 불가"

A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는 올해 초부터 진행하던 치료제 임상시험 3건을 모두 사실상 중단했다. 코로나 여파가 지속되자 한 차례 종료일을 연기했지만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임상시험 등 연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병원 임상시험센터 소속 교수는 10일 "코로나 초창기인 연초에는 그나마 진행이 가능했는데 3월 이후부터는 드랍(임상시험 중도 포기)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며 "진행 여부를 놓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지만 사실상 중단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특히 원내 감염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병원 차원에서도 은연중에 중단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환자가 와야 시험을 하던지 말던지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는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원내 감염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임상시험을 포함해 연구자 주도 연구나 연구 용역들도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8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다기관 연구 과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빅5병원 중 하나인 B대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자 20여명이 참여중이지만 현재 모든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B대병원이 병원 차원에서 환자 대상 모든 연구에 대한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주도 연구 기관이 연구를 중단하면서 중도에 멈춰버린 경우다.

이로 인해 이 병원에서 진행되던 모든 임상시험과 임상 연구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아예 임상시험 모니터링 룸 자체를 폐쇄하면서 병원과 연계된 연구들도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다.

B대병원 전 임상시험센터장은 "메르스 당시 원내 감염으로 인해 큰 홍역을 겪으면서 위기감과 경각심이 다른 어떤 병원보다도 크게 높은 상태"라며 "필수 진료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예 철저히 유입 가능성을 틀어막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제약사도 난감…국가 과제 안은 교수들 '골머리'

이렇듯 각 대학병원들이 사실상 자체 폐쇄 국면에 들어가면서 제약사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감염 관리를 위해 아예 모니터링 룸 등을 폐쇄하고 연구 중단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대학병원의 협조 없이는 임상시험 진행 자체가 힘든데다 이미 진행하고 있던 연구 데이터마저 아예 접근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B대병원이 빠르게 임상시험 모니터링 룸을 폐쇄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수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로 접근 권한을 크게 강화하거나 폐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CRA(임상시험 모니터링 요원)들이 병원을 출입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데다 데이터 접근마저 어려워진 셈이다.

B대병원 전 임상시험센터장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CRA들 뿐 아니라 발주자들 조차도 데이터 접근 자체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병원 데이터는 외부에서 작업은 물론 열람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원내에서 분석할 수 밖에 없는데 통로가 완전히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다해도 데이터 클리닝(cleaning)이나 셋(set) 분석을 해가면서 데이터를 골라내며 살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제약사나 연구자들도 골치가 아픈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연구 대상 환자 모집은 물론 데이터 처리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국가 연구 과제를 맡은 교수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임상시험 등 다른 과제들은 제약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 종료일 등을 조정한다 해도 국책 과제 등은 이마저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연구 용역비를 수주한 상태에서 연구 진행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C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연구 과제를 시작한지 세달이 넘었는데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른 과제들이야 융통성을 요구할수라도 있는데 국가 과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보완책을 마련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힘들겠지만 소아청소년 분야는 그 특성상 아예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계로도 나타난 임상시험 난항…"포스트 코로나 대책 나와야"

이러한 문제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이 국내 대학병원 교수 등 임상시험 관계자 3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2%가 임상시험에 차질이 있다고 답한 것.

임상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임상시험 차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피험자 모집이었다. 44%의 응답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신규 피험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진행중이던 임상시험도 차질을 빚고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임상시험에서도 기존 피험자들이 포기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답변이 26%나 됐기 때문이다.

앞서 대학병원들이 털어놨던 문제들도 이번 설문조사에서 절실히 드러났다. 21%가 병원에서 안전성을 문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연구를 이어나가는데 장애물이 된다고 털어놓은 이유다.

이에 대한 대안은 역시 앞서 토로한 대학병원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43%가 피험자 모집 문제로 임상시험을 연기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30%는 임상시험 자체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가상 임상시험(virtual clinical trial)을 도입하거나 온라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바안을 검토중인 곳도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임상시험 등 연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연구자들과 기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임상시험 등에 적정한 규제는 바람직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유연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선 국책 과제나 연구 용역만이라도 일단 종료일을 연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압박감만 더해질 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상 임상시험 등을 활성화하는 등 온라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의 규제 자체를 일정 부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각 대학병원, 즉 임상시험 수행 기관 등에서 머리를 맞대고 연구 설계 단계부터 계획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B대병원 전 임상시험센터장은 "코로나가 더 장기화된다면 과거와 같이 피험자와 CRA 등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진행하는 임상 연구 방식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임상시험 방식에 대한 고민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의료기관간 의료데이터 공유를 허용하는 등의 유연한 접근이 없다면 임상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환자 데이터 등의 보호를 전제로 한 적절한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