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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으러 왔다가 강제입원..인권위 "자기결정권 침해"

이창진
발행날짜: 2020-07-16 11:10:17

인권위, 진정인 장시간 병원 대기 행정입원 동의로 보기 어려워
해당 정신병원 인권 교육·지자체 관리감독 권고 "자의입원 우선"

정신질환자를 행정입원 조치한 정신의료기관장의 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인권위원회에 결정이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 15일 "정신질환자의 자의입원 의사를 거부하고 행정이원 조치한 정신의료기관장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 위반과 헌법에 근거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진정사건 진정인은 2019년 11월 알코올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자의입원을 하려고 했으나,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이전 입원 전력에 음주행위가 재발됐다는 이유로 음주재발 위험 예방과 치료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입원 조치했다.

피진정인은 행정입원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진정인이 병원 로비에서 기다렸기에 진정인도 행정입원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현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행정입원' 취지는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어 진단과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에게 치료 협조를 구하지 못한 경우 해당한다.

인권위원회는 자의입원과 달리 행정입원은 자기 의사에 의한 퇴원이 불허되는 등 정신의료기관의 신체적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정신질환자의 다양한 사회활동에 제약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치료 의사를 갖고 스스로 병원을 찾아온 사람에 대해 행정입원을 진행한 행위는 해당 법 조항을 위반한 것은 아닐지라도 행정입원을 남용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한 진정인이 119에 의해 호송되었고, 피진정인도 진정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점에서 진정인이 다른 병원으로 가기 어려울 정도의 건강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진정인이 피진정병원에 장시간 머무른 행위만으로 행정입원에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원회는 해당 정신의료기관장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해당 지자체장에게 행정입원이 남용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원회 측은 "정신건강복지법(제2조, 제6조) 기본이념에서 정신질환자 자신의 의지에 따른 입원권장과 의료행위 등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치료와 보호 및 재활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을 의무규정으로 두고 있다"며 "정신의료기관 입원 형태는 자의입원이 우선돼야 한며 기관장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