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결국 여름까지 이어지는 장기화 추세를 보이면서 온라인 전환을 망설이던 의학회들도 속속 이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수많은 혼선 끝에 온라인 학회에 대한 후원과 평점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되면서 그나마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골머리를 썩어가며 고민에 빠져 있는 곳들도 눈에 띈다. 이른바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의 공식 산하 단체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곳들이다.
현재 온라인 부스와 광고가 각 200만원씩으로 지침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앞서 언급한 공식 산하 단체 뿐이기 때문이다.
그외 학회와 의료기관, 재단 등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더라도 후원이 막혀버린 셈. 이들이 어떻게든 오프라인 행사를 이어가보자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프라인 후원은 가능한데도 온라인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미 수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만큼 뒤로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이렇게 학술대회와 연수강좌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A학회의 경우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다.
A학회는 의학회 소속 기간학회 즉 26개 전문과목학회의 공식 산하 학회지만 아직까지 의학회 정회원의 자격은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즉 온라인 학회 전환시 후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그렇기에 이 학회는 올해 모든 학술대회 개최를 이미 포기했다. 또한 학술지 발간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국민 캠페인과 건강강좌, 타 전문과목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강좌 등도 모두 전면 중단했다.
이 모든 학술 모임과 대국민 서비스 모두가 1년에 두번 열리는 학술대회 예산으로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 학회를 연다해도 후원이 불가능한 이상 1년 예산이 통째로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 기간 동안 학회 운영이 정지된 셈이다.
B대학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B대학병원은 올해 개원의 대상 연수강좌와 건강강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젊은 의사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과 학회 지원금도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이 대학병원도 이유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예산들이 바로 연수강좌 수익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온라인으로 연다해도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10여년 이상 이어오던 모든 전통들이 한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전문의 수백명이 모여 학술활동을 하는 의학회가 한 차례 학술대회를 열지 못한 것만으로 운영이 흔들리고 굴지의 대학병원 의국이 연수강좌 한번을 열지 못한 것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의학회와 의국의 운영을 온전히 제약사의 후원에 의지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학회와 대학병원 모두 비영리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느냐는 역설적 반론도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의학회, 대학병원과 제약사간의 검은 거래의 끈은 끊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의학과 의료의 발전은 자금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 유수 저명 저널에 실리는 논문의 대부분은 길게는 수십년간에 걸친 제약사의 후원으로 이뤄진 연구들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러한 후원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계와 의학계의 뒤틀린 구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학술대회 한번의 불발로 1년간 학회 문을 닫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의학의 발전과 의료산업의 세계화는 요원한 일일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 의학계, 제약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투명하게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