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인용지수(IF)가 학계 수위권을 겨루는 NEJM, LANCET, BMJ 등 국제 의료학술지 상단에는 주요 키워드로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성과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감염증의 대유행(팬데믹) 사태가 사그라들 기미없이 올상반기를 강타한 가운데, 항말라리아약이나 에이즈치료제, 독감약 등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제로 국한됐던 초기 치료제 개발 이슈는 이제 치료용 백신으로까지 확산되며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21일 치료용 백신의 상용화 작업에 첫 신호탄이 터졌다. 현재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해 가장 개발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평가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제너연구소(옥스퍼드대)의 백신 후보물질을 놓고 복지부 주도로 글로벌 공급과 국내 물량 확보 협조를 위한 3자간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이다.
정부가 이달 중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기업 대상 범정부 지원을 위한 설명회 자리에서 총 1936억원을 분야별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한 뒤 나온 일이었다. 항체 및 혈장 치료제, 백신 3대 플랫폼 기술 등을 중심으로 임상단계별로 예산이 지원되는데 치료제 450억원, 백신에 490억원이 할당되면서 지원 규모자체도 비교가 됐다.
그렇다면 통상 수십년의 소요시간이 투입된다는 백신 개발을 두고,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감염병 백신의 상용화 소식이 바짝 다가온 이유는 왜일까. 환자수가 폭증하면서 관련 임상연구가 단기간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좋은 텃밭이 됐겠지만, 그간 차세대 백신에 접목시킬 수 있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주요 후보물질로 거론되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adenovirus vector vaccine)'이나, 'mRNA 전달 백신' 등 모두가 면역항체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발시키는 물질을 벡터라고 하는 최신 운반기술에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벡터기술을 접목한 백신 개발 열기는 가득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7월 10일 기준)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총 1060건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임상시험 중에 백신 관련 임상시험만 총 47건이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들 유망 치료제나 백신 후보물질의 경우, 개발의 마지막 단계라 볼 수 있는 후기임상들을 이달말 시작한다는 점에서 상용화에 기대감도 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열기를 경쟁적 관계로 바라보는데 적지않은 경계의 시선도 나온다.
선두권 그룹에 속하는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제약 등 다국적제약기업의 최신 임상 데이터를 놓고,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인 T세포반응(항체반응)을 비교해 미리 우열을 점치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 및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군에서 여러 감염병 백신 옵션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단일 품목에 기대기보다는 중화항체 및 T세포반응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택지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1상/2상 결과를 들여다보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후보물질명 AZD1222)이 안전성 확보와 항체 생성이라는 개발 필요충분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시기 발표된 화이자제약과 바이오엔텍(BioNTech)의 mRNA 코로나 백신(후보물질명 BNT162)에서도, 바이러스 중화항체 수치를 강력하게 증가시키는 동시에 CD4 양성 및 CD8 양성 T세포 반응을 높였다.
결국 이들 후보군 모두가 백신 가능성 지표인 T세포 및 면역글로불린 반응률, 항체 생성을 놓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이 "코로나 후보물질들이 다양하게 임상연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백신 후보군 사이에 경쟁에 초점을 맞추기는 것은 감염병 예방에 중요치 않다"면서 "백신들마다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중화항체 역가 비교 등 다양한 분석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교차 비교는 본질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것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부분이다.
현재 신개념 치료용 백신 시장에는 2010년 4월 미국FDA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한 전립선암 백신 프로벤지(Provenge)가 면역기전을 활용한 유일한 품목으로 물꼬를 튼 상황에서, 감염병 분야 최신 플랫폼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백신들의 시장 진입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