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필수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피과인 흉부외과 의사들은 이같은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라볼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서울대병원)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웅한 이사장은 회의적이었다.
과거 서남의대 사례를 보더라도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역량을 갖춘 흉부외과 전문의 1명을 키우려면 의과대학만 설립한다고 가능한게 아니라고 봤다.
"요즘 환자들의 권리가 굉장히 높아졌다. 일부 환자 및 보호자는 해외 논문을 찾아보고 와서 진료방향을 요구한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의사를 양성하는데 무조건 배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지금도 공공병원은 시설과 장비를 갖춰도 의료 질이 떨어지다보니 환자들이 기피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단순히 의사만 늘린다고 끊을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오히려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도 4년간 힘든 전공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고 그 이후에도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간은 술기를 익히고 학문을 갈고 닦아야 의료현장에서 제 역할이 가능하다.
즉, 양성에만 최소 15년이 걸리는 과정인데 의대 정원만 무턱대고 늘린다고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첫 단추 잘못 끼워진 '낮은 행위료' 개선 시급"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흉부외과의 고질적 문제의 해결방법은 의료보험 정책.
"정부는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인상했다고 하지만 당초 행위료에 대한 기준점이 워낙 낮기때문에 현실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새로운 수술법이 업데이트되고 수술장비도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장비 등 소요하는 비용을 고려할 때 소폭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낮은 행위료는 결국 흉부외과의 전공의 지원율과도 직결된다고 봤다. 정부 정책상 저평가 받는 전문과목을 젊은 의사들이 지원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도 했다. 수십년전 수술 행위료를 워낙 낮게 책정했고 당시만해도 의사행위에 따라 각각 비용을 어떻게 산출해야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학회의 역할은…정부 정책 기반이 되는 'DB연구'
김웅한 이사장은 평소 의료현장과 괴리감이 큰 정부정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연구'에서 찾고 있다.
"학회는 정치적인 집단이 아닌만큼 정부가 정확한 제도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의료 관련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질 수 있는 DB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보다 체계적이고 폭넓은 연구를 위해 재단 설립도 추진 중이다. 연구비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당장 시급한 정책은 지역별 심혈관센터. 고령화 시대에 심혈관계 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심혈관센터와 관련해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세우려면 기본적인 현황조사부터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한다. 그 역할을 학회에서 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