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설명회 등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분통 "정말 어이가 없다" 심적 공감 넘어 전면적 지지 표명…병원협회 적극적 역할 주문
"하루 전 16시 30분에 공문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의견 수렴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수련과장을 맡고 있는 A교수가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긴급하게 개최한 의대 증원방안 설명회를 두고 분통을 터뜨리며 던진 말이다.
이처럼 복지부가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며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하자 일선 대학병원 수련과장들이 정책 추진 과정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복지부는 오전, 오후로 나눠 서울 백범기념관과 대전역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전국 수련병원 수련책임자를 대상으로 '의대정원 증원방안 및 전공의 관련 사업 추진현황 설명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앞서 발표된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복지부의 간략한 발표 뒤 대부분을 참석한 수련책임자들의 질의, 응답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4일 열리는 설명회 관련 공문을 하루 전인 3일 늦은 오후가 돼서야 병원들이 받아든 것.
실제로 4일 오전 서울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127개 수도권 및 강원, 제주 지역 수련병원 중 50여곳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설명회가 열린 탓에 일정 조정 등이 어려워 과반수 이상 수련병원들은 참석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수도권 B대학병원 수련과장은 "하루 전에 공문을 보내고 당장 다음 날 오전에 설명회에 참석하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진료나 수술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참석할 생각조차 없었다"며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또 어디 있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됐다"며 "전공의들이 필수 인력까지 모두 철수하는 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갑작스럽게 설명회를 하기로 한 것 아닌가. 의대 증원 찬성, 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절차를 무시한 업무 추진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수련과장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전공의들의 파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관련해서 복지부는 긴급 설명회 개최 동시에 전국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공문을 배포한 상황.
또 다른 대학병원 수련과장은 "그동안에는 심정적으로 전공의들의 행동을 동감했지만 이제는 전면적으로 할 수 있는 한 지원해주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미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조사도 마쳤다. 어느 정도 지장은 생길 수 있겠지만 최대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매우도록 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수련병원은 당초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였던 대한병원협회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협회에 소속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로 시작된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할론을 제기한 것이다.
병원협회 임원이기도 한 한 수련병원장은 "병원협회는 의대 증원을 찬성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을 막을 수도 없다"며 "개별 병원장으로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병원협회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환영 입장을 냈던 병원협회는 이후 추가적은 입장발표는 자제하고 있다.
전공의를 시작으로 의대생에 더해 전국 의사들의 파업까지 사태가 커지고 상황에서 추가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추가적으로 내는 것은 자제할 것"이라며 "수련과장들을 모아 설명회를 가진 만큼 이처럼 정부의 정책 추진에 있어 병원들의 문제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