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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건소장의 외침...“명분없는 행정명령 받아들일 수 없어”

이창진
발행날짜: 2020-08-14 05:45:56

모지역 보건소장 "지자체에 넘기지 말고 직접 내려라” 유감 표명
의료계 압박용, 명분·목적 부적절 "당일 진료명령 우격다짐 불과"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업무개시 명령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예고된 의료계 하루 파업에 업무개시 명령 발동은 부적절하다."

의료계 총파업에 따른 집단휴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보건소장이 13일 메디칼타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사협회 집단휴진을 겨냥한 보건복지부의 행정명령 지침에 유감을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업무개시 명령 발동은 신중해야 한다. 지역 병원 모두 문을 여는 상황에서 지역 의원급 휴진율이 높더라도 14일 하루는 환자진료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해당 보건소장은 지역병원 모두 정상진료로 14일 집단휴진 여파를 미비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에 맞춰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박 장관 모습.
앞서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일부 지역별 휴진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해당 보건소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도록 조치했다"면서 "의사협회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모 보건소장은 "휴가와 명절 등 휴진율이 80% 이상인 경우에는 조사도 안하고 업무개시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다가 의료계 집단휴진 무마를 위해 지자체와 보건소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명분도 목적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2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 지사 또는 지자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과 해당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형사고발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며 "의료법 규정대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등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주장하는 환자 진료 차질도 부인했다.

그는 "지역 병원 모두 정상 진료하고, 산부인과와 투석실, 응급실 모두 가동되는 상황에서 의원급 하루 휴진을 이유로 업무개시 명령을 화두로 올리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보건소장은 "업무개시 명령은 복지부장관과 지지체장 모두 갖고 있다. 의원급 휴진율이 30%를 넘어도 지자체별 명령권을 발동 안할 수도 있다"면서 "복지부는 명령 발동을 내리라고 보건소에 지침만 내리지 말고, 필요하면 직접 내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복지부는 전국 보건소에 집단휴진 상황 파악을 위해 오전 12시와 오후 6시 휴진상황을 유무선 전화와 방문조사를 통해 보고할 것을 주문한 상태이다.

보건소장은 "휴진한 의원에 문을 열고 진료하라는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이는 게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이미 예고된 하루 휴진에 당일 즉시 진료 명령은 우격다짐일 뿐 냉정한 의미의 대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란에 대한 답답한 심정도 표명했다.

보건소장은 "의료취약지에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의료계도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면서 "매년 400명을 증원해 이중 300명의 공공의사(지역의사제)를 배출하는 것이 해법인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취약지 필수의료 의사가 필요하면, 현 의과대학 정원 3058명을 활용해 이중 300명을 지역의사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굳이 매년 400명을 증원해 공공의사를 양성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