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의사 소속 병원, 탄원서 모으기…학회도 대응책 고심 "애 둘 키우는 의사 엄마가 어디로 도주하겠나" 공분
의료사고로 의사가 법정 구속을 당하는 일이 재발하자 의료계가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재판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구속된 의사가 소속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동료의사 구제를 위한 탄원서 모으기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관련 학회도 입장 발표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장이 법원 항의 방문, 철야농성 등 직접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모 교수에게 금고10월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전공의 강모 씨에 대해서도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교수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판결 선고 바로 다음 날인 11일 항소했다.
정 교수는 80대 환자에 대해 X-레이와 CT 검사에서 대장암이 의심된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전공의 강 씨는 환자에게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장정결제를 투여했는데 하루 만에 환자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환자는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자 측 유족은 형사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제기한 상황이다. 유족 측은 손해배상금으로 2억여원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의사의 의료과실 여부를 떠나서 신원이 확실한 상황에서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 했다는 것에 의아함을 제기하며 공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여성으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대학병원 소속 교수라는 신분이 확실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주가 걱정된다"며 '법정구속'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과하다는 것이다.
소속 대학병원은 내부 교수회의를 통해 동료의사 구제를 위한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교수는 "병원과 유족이 합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조율하던 중 돌연 환자 측이 경찰에 고발했다"라며 "내시경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대장암 여부 검사를 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제대로 (검사도) 못하게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의료 감정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을 텐데 판사가 결정적으로 참고했을 의료 감정서를 누가 썼는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도 "인기과도 아닌 필수진료과인 내과 의사다. 남자들도 힘들어서 선뜻 전공 선택이 쉽지 않은 소화기내과를 스스로 선택해서 열심히 하던 의사였다"라며 "앞으로 80세 이상이면서 뇌졸중 등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어느 의사가 내시경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관련 학회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최대집 회장이 직접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한 임원은 "구속 결정은 과했다"라고 단언하면서도 "그전에 판결문을 입수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다.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