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책관 이어 이수진 의원 발언 일선 의사들 공분 "의사를 공공재로? 예산은 있고?" 현실 모르는 정책 지적
의사는 공공재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의사는 공공재'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충청북도의사회는 18일 '의사는 공공재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강력 반발에 나섰다.
바른의사연구소는 이수진 의원의 대정부질문 발언을 담아 "대한민국 국민과 의료인들께 사과하십시오"라고 적힌 이미지를 제작했다.
'의사는 공공재' 발언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발언에서 시작한 것. 당시 의료총파업 시국에서 의료계를 자극하면서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이어 지난 17일 대정부 국회 질의에서 이수진 의원이 또 다시 이와 관련해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게다가 이 의원이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의대생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스스로를 공공재라고 인식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중략)"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선 의사들은 자신의 SNS계정에 이와 관련한 글을 통해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자신의 SNS에 "이수진 의원은 발언의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한다"며 "만약 그 근거가 없다면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며 "법안에는 ▲의대생 학비 전액 지급 ▲모든 의사 공공병원 취업 보장 ▲모든 의사 관사 제공 및 면세품 공급 ▲모든 의사 자녀 학비 지급 ▲모든 의사 퇴직금 및 연금 지급 등을 포함해야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료인력을 공공재라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우와 환경부터 제공한 다음에 주장하라는 게 일선 의료진들의 정서다. 의료인력을 공공재로 할만한 '예산'은 있느냐라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한 내과 교수는 "사실 의사를 공공재로 하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본다"며 "전문성을 갖췄다는 이유로 특정한 인력에 예산을 투입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있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의료서비스 체계 전반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의대 교육, 전공의 수련, 수가 체계 등 각각을 손질하는 게 아니라 큰틀에서 십수년에 걸쳐 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바꿔야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사실 의사들은 당연지정제로 정부 제도의 감시체계 내에 있고 상당부분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대접도 안해주면서 공공재를 언급하니 화가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3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접근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첨단의 질을 요하는 의료의 특성상 공공재화 했을 때 하향평준화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공공의대 설립 이후 배출할 시점인 2035년쯤 지방은 소멸시대로 접어들 수 있는데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정책을 고민해야한다고 봤다.
그는 "지방에 공공병원을 하나 더 세워서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 수송체계 등을 활성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며 "현재 공공병원의 현실을 볼때 병원 설립과 유지에 쏟아붓는 예산 대비 지역 주민들을 만족시키는가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