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허용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현안 중 하나인 '원격의료'.
의료법 상에는 원격의료 관련 조항이 하나 있지만, 이는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장소에 관한 규정일 뿐 '대면진료 원칙'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19일 '원격의료의 법적 쟁점'을 주제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온라인 정기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료법 34조 원격의료 조항에 따르면 의사와 의사 사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식 및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다.
현 변호사는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조항은 개설된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업을 수행하라는 33조 1항에 대한 예외규정일 뿐"이라며 "원격의료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더구나 의사의 진찰 방식을 제한하거나 대면진료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만약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안에서 전화상담 등 원격의료를 했을 때는 의료법 33조 1항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면허된 범위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의료인이 하는 개별 의료행위에서 그 방식이나 절차 등에 관한 직접적인 규율을 하지는 않고 있다는 게 현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일선 현장에서 원격의료가 금지되고 있는 이유는 의료법 34조 때문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의료법 규정, 특히 의료법 53조(신의료기술의 평가)나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34조는 의료업 수행에 관한 장소적 제한규정일뿐, 원격의료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 외 현행 의료법에는 원격의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규정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원격의료 종류에는 원격 진찰이나 상담, 원격 검사, 원격 진단서 발행, 원격 처방 등 다양하다. 이 중 원격 진찰이나 상담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 아니며 이를 처벌하는 규정도 없다. 다만 의료인이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격 검사도 현행 의료법상 금지대상은 아니지만 해당 기기가 의료기기법상 적법한 허가나 신고를 받은 것인지, 검사료 청구가 가능한지, 신의료기술 평가의 대상인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반면 원격 진단서 발급이나 처방은 의료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현 변호사는 "의료법 17조에서 등장하는 '직접 진찰'의 사전적 의미와 관련 의료법 규정에 대한 해석 등에 비춰볼 때 대면 진찰이 아니라 '스스로 진찰'로 해석한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찰의 개념 안에 대면 진찰 원칙이 들어있고 비대면 진찰은 대면 진찰을 보완하는 수준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에 비대면 진찰로 인한 문제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라며 "결국 진찰의 충실성 여부가 원격진료 허용의 한계"라고 전했다.
현 변호사는 법상의 '직접 진찰' 의미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17조의 직접진찰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는 해당 문구가 불명확하다는 증거"라며 "이로 인해 실무에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