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4년 만에 내린 판단…6대3 의견으로 '기각' 결정 반대의견 재판관 3인 "의사 최선의 진료 막고 있다"
약 6년 동안 14만원에 묶여 있는 혈액투석 수가 기준은 '합법'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회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고정돼 있는 '정액수가'의 위헌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처음 나온 것이다.
의료급여 만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정액수가는 2001년 생겼는데 13만6000원이었다. 20년동안 2014년에 딱 한 번 오른 금액이 14만6120원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만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수가를 14만6120원으로 고정하고 있는 조항이 위법이라는 헌법소원 신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7년 제기된 위헌 소송에 대한 답을 약 4년 만에 내놨다. 이 사이에도 수가는 변동 없었다.
대한신장학회와 대한투석협회는 의료급여 만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수가를 규정한 고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의료기관 200여곳에 의료급여 혈액투석 기준 초과 청구건 환수에 대한 공문을 발송한데 따른 조치다.
학회와 협회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1항과 2항. 14만6120원으로 못 밖은 정액수가 조항과 이 비용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약제 및 검사료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다수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의사와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환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또는 보건권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정액수가 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 수가 기준과 계산 방법을 정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액범위 조항에 사용된 '등'은 열거된 항목 외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다른 조항과 유기적, 체계적 해석을 통해 적용 범위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해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기준으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다.
헌재는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비 등이 인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률적·획일적 기준 적용…의사 직업수행 자유권 침해"
비록 정액수가 조항이 합법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3명의 재판관(이은애·김기영·문형배)이 해당 조항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은애 재판관은 "의료급여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는 건강보험 환자 평균진료비의 80%에도 못미치는 것"이라며 "현재 정액수가제는 환자 개별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채 일률적으로 같은 수가를 규정해 환자 상태에 맞는 진료를 초과해서 수행하더라도 비용을 지급 받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에게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 하도록 막고 있다"라며 "재정 안정성 도모하면서도 진료재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고려없이 일률적, 획일적 기준을 적용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권을 침해한다"라고 반대 의견을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환자가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어 환자의 의료행위 선택권도 침해한다는 게 반대 입장 중 하나다.
학회와 협회측 법률 대리를 맡은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아쉬움이 많은 판결"이라며 3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제시한 데서 긍정적 의미를 찾았다.
현 변호사는 "정액수가는 상위법령에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 제정된 것"이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 체계나 요양급여비 계약제도와도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 제도인데도 정당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3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한 만큼 복지부는 위헌 요소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