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 변호사들, 진료기록·초동수사 대응 중요성 강조 형사 재판서 양형 감소 위해 합의 어렵다면 공탁이라도
'법정구속'. 의료사고로 소송에 휘말리게 된 의사가 겪어야 할 부담이 금전적 배상을 넘어 교도소 수감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선의의 목적으로 치료하던 환자를 다치거나 혹은 사망케 한 경우 민사적 책임과 동시에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현실 앞에 방어진료, 과잉검사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전문 변호사들은 형사 소송까지 갔을 때 의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평소 '진료기록'을 꼼꼼히 하고 경찰을 만나는 초동 수사 단계에서부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전문 A변호사는 "의료소송에서는 형사든, 민사든 진료기록부를 잘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의원과 병원급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 당시 판사가 옆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판사 입장에서는 판결문도 이렇게 공들여서 쓰는데 의사라면 판결문과 같은 진료기록부를 심혈을 기울여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한다"고 전했다.
의료사고 발생 후 환자 또는 유족이 병원을 찾아와 처음으로 항의하는 과정에서 녹음을 하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면 오히려 의료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팁도 더했다.
의료전문 B변호사는 초동 수사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차 경찰 수사를 받을 때 경찰의 유도신문에 다 넘어가 불리한 내역까지 모두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변호인을 대동하거나 미리 상담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주의할 점을 숙지하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꼼꼼하게 준비하는 경우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형사 재판서 양형의 핵심은 '합의'…꼭 해야 할까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형벌의 양, 즉 양형을 결정할 때 가장 크게 반영하는 부분인 환자 측과의 '합의'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의료전문 C변호사는 "양형기준을 확 떨어뜨리려면 피해자, 즉 환자 또는 유족과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라며 "형사 소송은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국가가 단죄하는 것인데 피해자와 서로 화해하고 합의가 되면 국가 역할도 줄어들기 때문에 양형이 확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안된다면 형사공탁이라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형사공탁은 무죄가 선고되면 찾을 수 있다. 이는 민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손해배상 비용 감액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 소송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합의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의료사고는 고의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며 "환자는 그 자체가 위험원이데 의사는 더 나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롯이 책임을 개인적으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적인 판단은 개인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남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전에 합의하는 게 제일 좋다"라며 "의료과실이 없다는 게 확실하고, 자신한다면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다투더라도 형사공탁은 해놓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다.
형사공탁이든 합의든, 의사 입장에서는 결국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좀처럼 꺼낼 수 없는 선택지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경우에는 괘씸죄가 적용돼 법정구속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B 변호사는 "형사공탁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재판 과정에서 감정 결과를 봤을 때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다"라며 "깔끔하게 무죄를 다투려면 공탁도 하면 안 되지만 과실이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면서 피해자 변제 준비가 다 돼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즉, 과실이든 아니든 환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있으니 그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단는 점을 재판부에 보여주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의사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상보험도 하나의 방법이며 가입 시 형사적 책임에 대한 특약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형사 소송에서 벌금이나 변호사비용 등을 지원하는 특약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외과계 의사회 임원은 "의료사고 배상금액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과는 배상보험을 가입하는 게 그래도 만일을 대비한 안전망"이라며 "합의금이 두 배, 세배로 늘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형사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의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으려면 리스크(위험도)가 높은 수술이나 환자는 위험도 가산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위험도 가산이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도는 필수의료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의사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의료행위는 그 부분을 수가로 반영해야 의사들이 필수의료행위를 그나마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