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의대 의학과 1학년 김가연|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만큼 그 누구도 이 권리에 대해 침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 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
한마디로 파업은 노동자들이 일을 놓음으로써 어떤 요구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한 집단이 파업한다면, 그 집단의 파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불편함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왜 이런 파업을 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들어야 한다.
이번 의료계의 파업은 정책 결정 방식과 정책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정책을 발의하였고, 정책 또한 논란이 많았다. 의대 정원확대, 첩약 급여화 등 미래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큰 정책이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의대 정원확대조차도 졸업하고 난 후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마련하고, 교육의 질을 확보한 후 마련한 정책도 아니었고, 그저 1차원적인 대책이자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단체에 어필할 수 있는 포퓰리적인 정책이었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없이 만든 법률은 허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정된 법안 하나하나가 갖는 효력은 크기 때문에 법안 제정에는 반드시 그 효력에 상응하는 많은 고민과 많은 시행착오,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1인 시위 등 학생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파업 도중 의료계와의 어떠한 상의 없이 재난 때 의료인을 북으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전문가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법안이 제출되는 상황이 지속되였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어도 다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만큼 비참한 심정은 없었다. 특정 단체가 어떠한 의견을 표하더라도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면 어떤 법이든 일단 제출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법률 제정의 절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이 제출되면 상임위원회에 부쳐진다.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마치고 법제 사법위원회에 넘겨져 체계, 자구심사를 거친다. 이후 본회의에 상정되어 심의 및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되며,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이 절차대로라면, 현장에서 직접 법안의 효력을 감수해야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이 쉽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권에는 특히 법 제정이 더 쉬울 것이다.
즉,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을수록, 어떤 법이 제정되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지 않는다면 법률로 인해 특정 집단의 권리가 없어질 수 있고, 이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또한, 특정 집단에 관련된 법이라고 해서 포퓰리적이 법안인지 효과가 있는 법안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효력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의료계 파업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속해있는 특정 집단의 일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합의문에 따른 의정 협의체와 의대생의 동맹휴학으로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가 발족되었다. 전문가의 의견이 가감 없이 정책에 반영되고, 포퓰리적인 정책이 아닌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세워지고, 감시를 통한 정당한 법안이 마련되어지기를 희망한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의 전문가들도 현장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서 어떤 특정 집단이 파업한다면, 파업의 효력이자 그 집단의 목소리의 힘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 집단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