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 분과 위원장 안명주 교수 "동반 유전자검사 등 해결과제도 산적해"
대장암을 비롯한 췌장암,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하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진 'KRAS 유전자 변이'는 1964년에 처음 발견됐다. 암 변이 유전자 중에는 최초 발견이었기에 그동안 KRAS를 표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거듭됐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던게 사실.
실제 40년 이상 오랜기간이 흘렀음에도 현재까지 KRAS를 표적하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고, 여전히 표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상당히 높은 분야로 꼽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0~85%에서 보고되는 가장 흔한 형태인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10년새 비소세포폐암에선 ALK, ROS1, EGFR 등 암변이를 일으킬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진 종양유전자(oncogene)들과, 각 유전자를 표적하는 항암신약들이 진입하면서 치료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KRAS 변이 폐암 환자만큼은 예외에 속했기 때문이다.
ALK, EGFR, ROS1 등 기존 비소세포폐암에서 확인된 종양유전자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해당 KRAS 변이를 보이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지극히 낮게 나온다는 것도 해결과제이다.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EGFR, ALK, ROS1 등은 이미 표적 치료제가 존재하다보니 환자의 생존기간이 긴 편이다. EGFR의 경우 약 3년 정도, ALK는약 4년, ROS1도 4년 이상 생존기간이 확인된다"면서 "반면 KRAS는 표적 치료제가 없다보니 바이오마커 여부와 관련없는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생존기간도 10~15개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환자들과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여타 종양유전자보다 빨리 발견됐지만, 40여년이 지나도록 표적 치료제 개발이 까다로웠던 이유로는 분자 구조적인 특징과도 결부돼 있다.
안 교수는 "KRAS는 다른 종양유전자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유전자는 세포막에 위치한 수용체를 억제하기 때문에 ATP 결합과 관련있는 반면, RAS는 세포막이 아닌 세포질에 있다"면서 "RAS는 신호전달 시그널을 받은 후 활성화되기 때문에 ATP가 아니라 GTP랑 결합하는데 활성화가 되기에는 GTP 바인딩의 결합력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물질을 만드는게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GTP와 RAS가 결합하는 포켓이 발견되면서 이후 약제 개발이 시작됐고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이 늦게 진행된 분야"라고 덧붙였다.
"여러 표적치료제 개발 중, 유전자검사 치료 대기시간 해결도 과제"
비소세포폐암에서 KRAS 변이와 관련한 국내 환자 유병률을 보면, 아직 확실한 데이터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구보다는 아시아 환자의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2014~2018년까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 검사를 진행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601명 중 55명에서 KRAS 유전자가 발견됐다.
안 교수는 "환자 평균 연령은 60~65세였으며, 70%의 환자가 남성, 70%가 흡연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체 비율을 계산해보면 9.1% 정도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태국, 대만, 중국, 일본,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 자료를 모아서 동양권에서의 KRAS 유병율을 조사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혔다.
현재 KRAS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NGS) 검사 등이 놓인다. 여기서 유전자 진단 측면에서 풀어야할 과제도 나온다.
안 교수는 "어떻게 하면 조직을 적게 채취하면서 빠르게 검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재 EGFR, ALK, BRAF, ROS1 검사시에는 보험급여 지원이 된다. 만약 KRAS 표적 치료제가 출시된다면 KRAS 또한 유전자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관련 유전자검사를 다 하기에는 채취한 조직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NGS)는 약 300개 유전자에 대한 내용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결과 통보까지 평균 4~6주가 소요된다. 한 달정도 기다려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이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셈인데, 이렇게 치료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환자에게 맞는 좋은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필수"라면서 "현재 KRAS 뿐만 아니라 여러 표적 치료제가 개발 중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최소 7~8가지 유전자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검사법이 필요한데, 이러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최근의 임상 상황을 비추어봤을때 현행 NCCN 가이드라인에는 7개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EGFR Exon20, HER2, KRAS가 내년에 새롭게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에는 폐암에서 총 10가지 유전자에 대한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명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Q. KRAS 유전자가 변이를 통해 어떻게 암을 발생시키는가.
-RAS 유전자는 크게 KRAS, NRAS, HRAS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P21-ras 단백질은 GTP와 GDP 사이에서 스위치 역할을 한다. RAS가 GDP와 결합하면 비활성화 상태이지만, GTP와 결합하면 활성화 상태가 되면서 하위 신호전달체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KRAS는 세포의 분화, 증식, 생존 등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GTP가 GDP로 가수분해가 되지 않고비정상적으로 활성화가 된다. 즉 세포 성장 신호가 지속적으로 전달돼, 세포가 계속 자라게 되면서 암이 발생한다.
KRAS 유전자 변이는 대장암, 췌장암,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서구에서 약 30% 정도, 아시아 및 국내에서는 10% 이내의 환자가 발견되고 있다.
Q. 특징에 따라 G12C, G12D, G12V 등 다양한 변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에서 빈번하게 확인되는 변이 유전자는 무엇인가?
-KRAS 유전자 변이는 보통 코돈(codon)에서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12번, 13번, 61번에서 돌연변이가 많다. 특히 12번 코돈에서 돌연변이가 가장 많은데, 이 중 G12C가 전체 KRAS 변이 유전자의 약 40%정도를 차지한다.
G12C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KRAS 유전자의 코돈(codon) 12 위치에서 아미노산 글라이신(Glycine)이 시스테인(Cysteine)으로 변환됐다는 것을 뜻한다. KRAS는 G12C 뿐만 아니라 G12D, G12V 등 다양한 변이가 있는데,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면서 여러 종류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치료 예후도 달라진다. 게다가 KRAS뿐만 아니라 다른 변이 유전자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또 다른 예후를 보인다.
G12C는 여러 KRAS 변이 유전자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KRAS 표적 치료제가 G12C를 표적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G12C 변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최근 학회에선 KRAS 관련 임상 데이터들이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ESMO에서도 KRAS G12C 억제 신약 후보물질 임상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세계폐암학회에서 AMG510(성분명 소토라십)의 임상 1상 데이터가 발표됐다. 해당 임상에는 비소세포폐암 뿐만 아니라 췌장암, 대장암 등에서 KRAS 변이를 가진 환자가 포함됐다. 임상에 참여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5명에서 반응률이 있었다. 그전까지 KRAS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50% 반응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결과라고 생각했다.
올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2020)에서 발표된 임상 내용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KRAS G12C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소토라십을 사용했더니 무진행생존기간(PFS)이 6.3개월, 반응률(OR, Complete or Partial Response)은 32.2%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상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렸다. 현재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효과를 확인하는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Q. 여러 암종에서 각광을 받고있는 면역항암제를 KRAS 환자에 사용할 경우, 치료 효과가 어떠한가?
-EGFR, ALK, ROS1 등 종양유전자(oncogene)로 인해 생긴 폐암 환자들의 경우, 면역항암제 효과를 거의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 반응률이 10% 이하로 확인된다. 반면, KRAS는 면역항암제 병용 사용시 반응률이 20% 정도 수준으로 나타난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때문에 현재 소토라십도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으로 임상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Q. 앞으로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시나.
-KRAS는 기존 확인된 종양유전자인 ALK, ROS1, EGFR 등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인다. 분자 구조의 차이로 인해 오랫동안 약제 개발이 매우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다. 현재 KRAS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항암화학요법 등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치료를 받고 있다. 때문에 KRAS를 표적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현재 KRAS 표적 치료제가 개발중인 만큼 치료 효과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1차 치료에서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떤 약제와 병용할 때 더 높은 효과를 보일 수 있는가 등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KRAS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았던 만큼, 이를 표적하는새로운 옵션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