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리지 연구진, 게놈 시퀀싱 통한 전파 경로 연구 공개 감염 환자 60% 원내 감염 추정…"방역 조치 대부분 한계"
주요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병원 내에서 진행하는 강력한 방역 및 소독 절차에도 생존을 유지해 원내 감염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국 소독과 세척 등으로는 슈퍼 박테리아의 원내 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항생제 처방 전략을 포함해 감염 예방 정책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현지시각으로 26일 네이쳐 자매지인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는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전략과 슈퍼 박테리아의 생존율 및 원내 감염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제됐다(doi.org/10.1038/s41564-020-00806-7).
현재 항생제 전략과 더불어 슈퍼 박테리아의 원내 확산은 감염학에서 큰 이슈지만 지금까지 이를 역학적으로 풀어낸 연구는 없었다.
슈퍼 박테리아의 확산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산이 일어나는지와 이에 대한 대비책 등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는 의미.
이에 따라 캠브리지 의과대학 Theodore Gouliouris가 이끄는 연구진은 게놈 시퀀싱을 활용해 슈퍼 박테리아가 병원 내에서 확산되는 경로와 범위를 추적했다.
입원 환자의 전체 게놈 시퀀싱 데이터를 통해 박테리아의 DNA를 조사하고 샘플링과 결합해 전파 경로를 따라간 것이다.
그 결과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갖는 이패시움(E. faecium) 박테리아의 경우 이미 소독이 완료된 의료기기의 36%, 환풍구의 76%에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이미 세척과 소독이 된 병상의 41%에서도 균주가 발견됐으며 공동 욕실의 68%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결국 이들 의료기기와 병상에 환자가 노출될 경우 자연스럽게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더욱 강력한 소독 및 방역 조치에도 박테리아는 여전히 생존했다. 연구진이 이매시움에 감염된 환자를 격리한 뒤 그 환자가 머물렀던 병동 전체를 3일간에 걸쳐 모든 수단을 통해 방역 조치를 완료한 후에도 9%에서 여전히 박테리아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항생제 암피실린과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이매시움 감염자를 추적한 결과 원내에서 감염된 111명 중 무려 67명이 다른 환자와 강력한 역학 및 게놈 연결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환자의 60%가 원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 제1 저자인 Gouliouris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강력한 방역 및 소독, 세척에도 불구하고 이패시움 등 슈퍼 박테리아들이 여전히 병원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고 수준의 방역에도 이 박테리아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현재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표준 방역 정도로는 감염 확산을 막기 힘들다는 의미"라며 "초기 단계에 검진을 비롯 강력한 격리절차와 더욱 강화된 방역 및 소독 정책 등에 대한 개선과 더불어 항생제 처방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긴급한 신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