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실무협의체'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조직으로 격상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다만, 보건의약계를 대표하는 조직 중 맏형 격인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계획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보건의약단체 코로나19 대응 실무협의체 16차 회의에서 협의체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로 확대 개편해 이달 초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는 계획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대응 실무협의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6개 보건의약단체와 복지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뭉친 조직이다.
지난 1월 29일 복지부 장관과 단체장의 첫 회의를 시작으로 약 2주마다 한 번씩 회의가 열려 2일 현재 총 16번의 회의가 진행됐다.
의약계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중환자 임상정보 공유 및 치료체계 구축,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마스크 공급, 민간 의료기관 역할 등 코로나19 관련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코로나19에 국한된 논의만 진행하던 회의체 성격을 전환해 보자는 건의는 복지부 측에서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열린 16차 회의에서 보다 거시적인 안건에 대해 논의하자며 구체적인 협의체 운영계획을 공유한 것.
코로나19에만 국한해서 회의를 진행하던 실무협의체 성격을 전환해 보건의료체계의 누적된 문제점과 보건의료 전반적인 현안을 논의해보자는 의도다. 주요 안건으로는 지역의료격차, 공공의료 부족 등을 담았다.
확대 개편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는 이달 초 복지부 2차관과 6개 의약단체장의 킥오프 회의 후 매주 또는 격주에 한 번씩 실무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무협의에는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을 비롯해 관련부서장 4명이 참여한다. 보건의료정책과장, 보건의료혁신 TF팀장은 필참이고 2명은 안건별로 담당 과장이 참석한다.
의약단체에서는 부회장이 참석하고, 논의 일관성을 위해 대리 참석 또는 참석자 교체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참석 단체의 한 관계자는 "처음 실무협의체를 꾸릴 때는 과거 메르스 때처럼 2~3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안을 넘어 중장기 대책을 세울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발전협의체는 출범도 하기 전 난항이 예상된다. 협의체 구성의 한 축인 의협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실제 의협은 16차 회의 직후 내부 논의를 거쳐 복지부에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제안 배경 등에 대한 질의 공문을 발송한 상황이다.
의협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체 확대 개편에 대한 논의가 전혀 오간 적이 없다"라며 "정부가 제시한 논의 안건은 향후 의정협의체 안건과 겹친다. 이를 다른 직역과 논의할 부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답변을 먼저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조직을 확대한다고 해서 발전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상시 기구에서 나온다"라며 "보건의료발전협의체가 있다고 해도 시민단체가 없는 조직인 만큼 한계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협과도 별도로 협의를 진행하고 시민단체와도 논의체를 만들었다"며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역시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