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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빅데이터 실효성 논란...한숨쉬는 병원·산업계

발행날짜: 2020-11-06 05:45:59

데이터3법 힘입어 '빅데이터 결합' 가능해졌지만 아쉬움 잇따라
"설계 자체가 수요자 아닌 공공기관 중심으로 설계됐다" 불만

#.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혈당 조절 플랫폼 개발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각각 당뇨병 환자의 건강검진 및 의료이용 빅데이터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검진과 의료이용 자료를 연계할 수 없어 플랫폼 개발을 포기했다.

#. 정밀의료 기업인 B업체는 국내 암 환자들의 임상데이터 융합을 위해 암센터가 보유한 DNA와 심평원이 보유한 이들의 의료이용 기록을 연계해 의료진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의 개인정보 연계가 불가능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에 힘입어 보건·산업계 플랫폼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 혹은 결합을 가능하도록 했다.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결합을 할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 보건산업진흥원을 지정했다.

이들 3개 공공기관은 보건·의료 관련 연구자나 기업체의 요구에 맞는 건강·장기요양보험, 진료기록, 유전체 등 빅데이터 정보의 결합,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은 가명 정보 결합, 분석이 가능하게 돼 빅데이터에 근거한 안전하고 정확한 진단‧검사,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고, 산업계에서는 제품‧서비스 수요 발굴 및 모형(모델) 검증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와 산업계 전반에서는 데이터 결합기관 지정을 두고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최근 복지부가 결합기관 지정을 앞두고 발표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상의 한계가 명확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냐는 우려.

가이드라인 상 빅데이터 활용을 과학적, 공익적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을 한정해놨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제약회사가 각 공공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요청해 결합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결합, 이를 직접적인 서비스나 상품화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인데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가령 결합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상품화를 이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냐는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결합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신기술 혹은 신약을 개발한다면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서비스의 밑바탕이 되는 것인데 이것도 위반인가"라며 "결론적으로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경계선이 애매하다"고 혼란스러워했다.

결합기관 '중심' 운영에 사용자들 '불만'

여기에 수요자인 보건·의료계 연구자나 업체 중심이 아닌 결합기관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령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연구자 혹은 업체가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에 각각 관련 빅데이터를 요청했을 경우 이를 받아 또 다른 전문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에 결합을 요청해야 한다. 전적으로 연구자 혹은 업체가 움직여야지만 빅데이터 결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는 결합기관으로 지정된 3개 기관이 개인정보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들의 빅데이터를 결합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당초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보건산업진흥원까지 결합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경쟁해왔다. 하지만 자신들의 빅데이터는 결합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작용돼 이들이 모두 지정받게 됐다.
당초 3개 기관이 복지부로부터 결합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경쟁했는데 모두가 지정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각 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셀프결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3개 기관이 모두 결합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각 기관에 빅데이터 반출 승인을 받은 후 직접 다른 결합기관에 결합을 요청해야 하는 구조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상당히 복잡하다"며 "결합기관은 기능적인 역할에 한정된 측면이 있다. 결합기관이 직접 다른 기관에 신청한 후 직접 해야지만 정부의 제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결국 이용자만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에 가서 반출을 신청하고 심평원에서 가서 결합을 요청해야 하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롭다"고 지적했다.

한편, 결합기관으로 선정된 건보공단과 심평원, 보건산업진흥원은 조만간 '결합 전문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빅데이터 반출과 결합 등 구체적인 기준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심평원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걸음마 단계"라며 "수요자 중심에서 제시한 의견들을 듣고 이를 기준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건보공단과 보건산업진흥원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이들이 제공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리스트화 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연구자나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