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 연일 비판…"단체행동 나서자" 강경 목소리도 "아직 의정협의도 안열렸는데…깨려는 시도 유감"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공공의대 예산 문제를 놓고 의료계에서도 연일 '의정합의' 파기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20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의·당·정 합의를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 선반영 형태로 깰 거라면 왜 합의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철호 의장은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의료계와 합의했는데도 신뢰를 깨고 혼란을 야기하는 몇몇 국회의원의 발언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라며 "의료계는 모든 걸 포기하고 미래 의료발전이라는 희망만 갖고 올인했지만 그 당시 합의한 사람들은 어떤 의도였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9월 4일 이뤄졌던 여당 및 정부와 합의문에는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는 구절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향후 공공의대 설립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합의 내용을 거스른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대의원회 운영위는 "아직까지 의정협의체를 통한 의견교환 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에서 깨려는 시도는 의료계 신뢰를 저버리고 국민을 속이는 짓"이라며 "당당하지도, 옳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김주형 대변인은 "현재 코로나19는 안정화는 커녕 더욱 불길이 커지고 있다. 의사국가고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진정 의료 공공성을 걱정한다면 공공의대 예산 문제에 앞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 이하 대개협)도 19일 공공의대 예산 선반영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개협은 "공공의대 예산 선반영이라는 허무맹랑한 논의는 당장 멈춰야 한다"라며 "의정협의체에서 진정성 있는 협의와 논의를 통해 짜깁기식, 누더기식 면피성 정책에서 탈피해 우리나라에 맞는 의료체계를 설계하고 선진적 의료 백년대계를 차근차근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도 같은 날 "의정합의를 파기하자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남원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이용호 의원(무소속, 남원)을 공개저격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국민 혈세가 오직 남원 지역구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득표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라며 "공공의대 예산 서반영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의협 역시 일찌감치 입장문을 내고 "공공의대 예산 논의 자체가 9.4 의정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공공의대 예산 선반영은 의정합의 파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다시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나왔다.
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8월 젊은의사 중심의 단체행동 이후 많은 여당 의원들이 의료계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으로 의료 악법을 남발하고, 의료계를 조롱해도 여당 및 복지부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공의대 설계비가 먼저 집행된 후 공공의대 추진이 백지화되면 설계비는 그냥 버리는 돈에 불과하다"라며 "여당과 정부는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세금을 쌈짓돈 마냥 마구 쓰는 일에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의협 범의료계투쟁위원회는 공공의대 예산안 선반영이 이뤄지면 실질적으로 여당과 정부가 합의를 먼저 파기하는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라며 "의료계는 의정합의 백지화 및 무기한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