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고영인 의원실 공동 토론회,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논의 제도강화 요구 속 당사자는 자율규제 요구…공정위‧복지부는 온도차
의료인과 업체 간 불법적인 거래를 차단하고자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 10년을 맞았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2010년 11월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의 불씨는 남아있어 심심치 않게 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법 리베이트의 수법이 정부와 수사당국의 법테두리에서 벗어나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는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도 도입 이후 적발되는 불법 리베이트 건수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법적 통제와 함께 자율적인 자정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제도적인 융통성도 발휘해야 할 시기라고 맞선다.
지난 26일 메디칼타임즈는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안산시단원구갑, 보건복지위)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0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부와 의료계, 제약‧의료기기업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봤다.
"불법 리베이트 진화 속 단속 조직은 점점 축소"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LK파트너스 김형석 변호사는 쌍벌제 도입 후 10년을 평가하면서 근절하기도 힘들뿐더러 불법 리베이트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청 '정부합동 리베이트 전담 수사단장' 이력을 지닌 김형석 변호사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이래 실제 수사를 책임져왔던 산증인 같은 인물.
그가 주목한 것은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가령 의약품 영업대행사(CSO)를 이용해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제공하거나, 매출 실적의 일정액을 판매장려금, 단가할인 등 명목으로 도매상에게 지급하는 '사후 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 조성'이 그것이다.
또한 묶음판매, 부대 물품 무상제공 등 편법적 방식이 관행화되는 한편, 학술대회‧의약전문지‧학회 등을 이용해 간접 지원하는 새로운 리베이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CSO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데, 추상적으로 4000~5000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본다"며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이 돼도 제약사는 CSO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데, 현행 약사법상 CSO는 의료인이 아니기에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불법 리베이트 적발 건수 감소를 두고선 시장이 정화됐다기보다 수법이 진화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밝혀내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검찰에 수사조직이 유지는 되고있지만 수사경험이 많던 경찰들이 소속으로 복귀하면서 규모적으로 축소돼 수사력이 위축됐다"며 "검사 인력도 줄어들었다. 별도의 단속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함께 자리한 경실련 신현호 변호사 역시 "제도를 바꿔야지 단속을 많이 한다고 불법 리베이트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현재는 영업활동 처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포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간 약 960명 기소(10명 구속) 등은 미미해 쌍벌죄의 위하력을 떨어뜨리고 관련 법규를 희화화시켰다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잠재적 범죄자 낙인…이제는 '자율' 맡길 때"
반면, 쌍벌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료계와 제약‧의료기기 업계는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앞으로는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제도가 10년차에 접어든 지금,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평가한 것.
제약바이오협회 김명중 공정경쟁팀장은 "불법 리베이트를 대한 인식을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타율에 의한 윤리경영을 받아들여야 했던 산업계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율에 의한 윤리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지난 10년간 쌍벌제는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 '단기 미봉책'이었다고 진단한 뒤 앞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의약품 질 향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의료기기 업계를 포함한 공급자의 영업 방향을 질로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형 제약사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일산중심병원장)은 "의사들은 이득과 상관없이 질 좋은 약의 처방을 선호한다"며 "약품 마케팅 관련 학술대회나 설명회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해 모든 제약사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장려해 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복제약 사이 효능과 부작용 등 간격을 좁혀 약품의 질을 정부가 보증, 우선제도를 폐지하고 동일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 정착은 고가약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 의심은 물론 대체조제를 조장할 이유도 없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의료인의 학술대회 지원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쌍벌제 영향이 의료인의 합법적인 학술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료기기산업협회 변현문 윤리위원장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학술대회 참가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지원은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신 학술대회 개최운영 지원기준은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완화해야 한다. 학술대회를 통한 우회 불법 리베이트는 사업자의 규약이 아닌 다른 규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쌍벌제 확대와 자율규제 투 트랙 예고한 정부
이 가운데 불법 리베이트 관련 제도개선을 전담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 드러난 법적인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자율규제 방안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자율규제를 둘러싼 공정위와 복지부의 온도차는 미세하게 달랐다.
공정위 이득규 지식산업감시과장은 "CSO를 규제하기 위해선 규제 대상을 공급자로 제한하지 말고 확대해야 한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급자 범위를 개선해야 한다"며 "신뢰도 측면에서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쌍벌제 도입 취지와 목적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득규 과장은 "시장에서 행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가 만들어 줘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자율규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장조사를 나가보면 아직까지 의료계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율적 규제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복지부는 자율규제를 둘러싸고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복지부 윤병철 약무정책과장은 "자율규제를 도입한다면 과연 누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다. 해당 역할을 의사협회와 의학회에게 맡기는 것을 고민했다"며 "의료계와 제약‧의료기기 업계에 자율규제 역할을 한다면 불법 리베이트 통제기능이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부분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