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만연 발달장애환자 위한 진료가상체험 시스템 현장 기존 VR헤드셋 방식 아닌 3면화면 이용…실제 진료 느낌
의료영역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접목은 주요 화두 중 하나로 현재 정신과가 가장 두각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회공포증이나 조현병 등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방향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최근 한양대학교병원은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 환자가 다른 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안정을 찾는다는 의미를 가진 '블루룸(Blue room)'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접촉하는데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병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있다.
기자가 직접 한양대병원의 블루룸에 들어가보니 막상 공간은 협소했다. 일반적으로 가상현실 치료는 VR헤드셋 등 장비를 착용하지만 발달장애환자는 얼굴에 장비를 씌우는 것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장비를 이용하지 않는 대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블루룸은 벽면 3면에 영상을 쏘는 방식으로 가상현실 효과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가 영상을 봤을 때도 3개 벽면이 하나의 영상으로 이어져 가령 X-Ray촬영이라면 오른편에 있던 장비가 자연스럽게 가운데 화면으로 넘어오는 등 분할된 영상이 아닌 실제 진료실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줬다.
블루룸에서 제공하는 가상현실 콘텐츠는 신체계측, X-Ray촬영, 채혈 3가지인데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발달장애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한양대병원 김인향 발달의학센터장은 "발달장애 환자는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인지율이 떨어지다 보니 협조가 잘되지 않는다"며 "개원가에서 채혈이나 예방접종에도 어려움을 겪고 거절당하고 센터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단해 보이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달장애 환자가 정신적인 분야지만 신체적인 질환으로 진료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며 "타 병원에 어린이 VR수술실 등 어린이 대상 VR이 있지만 발달장애를 위해 장비가 필요 없이 공간은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상을 모두 시청했을 때 드는 시간은 약 10분 남짓으로 성인과 아이가 다 시청하지만 일반적인 어린이 교육 영상의 수준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 환자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러한 영상을 개발하는데 약 1년 가까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발달장애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이다 보니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 진행과정이나 성우의 목소리 등 세심한 부분에서 보호자와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번의 피드백을 받아 제작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 센터장은 "최초에는 애니메이션도 고려했지만 실제 진료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가상 경험을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고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기상현실시스템의 효과는 어떨까? 김 센터장은 기존에 발달장애환자의 채혈은 심한 경우 여러 의료진이 몸을 붙들고 채혈하는 과정을 거치며 부상 위험은 물론 의료진과 보호자의 심력소모가 컸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하게 채혈 등의 과정이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실제 효과가 있는 만큼 현재 MRI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하고 있으며, 이후 내시경이나 심전도, 치과치료 등 다양한 처치에도 적용 사례를 늘리는 것과 함께 궁극적으로 전국 8곳에 위치한 발달장애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에 적용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센터장은 아직도 많은 발달장애환자가 진료과정에서 거절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 외에도 환자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달장애환자가 여러 군데서 거절을 받기 때문에 취약계층이고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서로 당황해서 발생하는데 시스템을 통한 도움도 있겠지만 국가의 지원과 의료진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